커피쟁이의 다락방

이제 바람이 물러갔나 보다.

바람 때문에 밤부터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나...ㅠㅠ

이번에도 잘 견뎌냈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나가서 맛있는 것 사 먹어야 겠다.

 

새벽 3시반쯤이었던 것 같다,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깬 것이.

자정 무렵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며 빗줄기가 쏟아지기에

베란다창을 닫아 잠그고 잠든 터였다.

 

오래된 샷시에 쓸데없이 크기만 한 유리창이 있는 베란다.

강풍 앞에서는 최악의 조건이란 걸 안 것은 이사 온 직후였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어오는 강풍에 그 큰 유리가 안으로 휘는 것을 본 이후,

나는 저절로 바람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리창이 깨지는 이유는

유리창의 샷시가 베란다의 창틀과 꼭 맞지 않아 흔들리기 때문이란다.

진동 때문에 깨지는 것.

그래서 유리에 젖은 신문지를 붙이거나 테이핑을 하는 것보다

유리창의 샷시와 창틀 사이에 장판 조각을 끼워서 유리창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다.

그 정보를 안 직후,

베란다 창틀의 열지 않을 부분에 장판 조각을 접어 끼워놓은 것이 여러 군데.

윗쪽에는 혹시라도 빠질까봐 초강력 테이프로 붙여놓기까지 했다.

태풍이 아니라도 바람은 아무 때고 불어올 수 있으니까 미리 대비를 해 놓은 것이다.

작년에는 이사 온 직후의 그 바람 이후, 큰 바람은 없었다.

그 바람이 불던 날, 밤새 자다깨다 하면서

내년에 이사갈 집은 반드시 샷시 점검부터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의 바람이 두 번째였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집 앞의 큰 나무들이 180도로 눕기를 반복하는 게

베란다에서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무서웠다.

그런데 바람이 한번 몰아쳐 올 때의 그 소리와

베란다 유리창의 그 덜컹거리는 정도는 정말...ㅠㅠ

창틀에 장판 조각을 끼워놓지 않은, 평소에 주로 여닫는 유리창은

바람이 한번 몰아쳐 올 때마다 맥없이 안쪽으로 밀렸고,

그게 눈으로도 보여서 겁이 덜컥 났다.

잠결에 얼른 베란다 불을 켜고 의자를 가져왔다.

큰일이 나기 전에 장판조각부터 빨리 끼울 생각이었다.

잠이 덜 깬 손으로 장판 자르고 창틀과 샷시 사이에 끼우고 테이프로 붙이고...

여섯 군데 정도를 그렇게 해 놓고 나니

그 겁나던, 덜컹거림은 없어졌다.

유리창을 밀어대는 그 바람은 여전했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만이었으므로 그렇게 해 놓고

이 바람이 언제 그치는지 알아보려고 인터넷에 들어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식들을 보니, 다른 지역에도 지금 바람이 엄청난 것 같았다.

태풍은 이미 소멸되었고 열대저기압일 뿐이라고 하는데,

게다가 남한을 지나가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무슨 바람이 이리 미친 듯이 부는지...

뉴스와 기상 정보 어디를 찾아봐도 강풍주의보는커녕 바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기상청을 불신하는 글들만 보일 뿐...

그러다가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니 강풍주의보가 발령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뒷북도 이런 엄청난 뒷북이...

지금 강풍이 분지 1시간이 넘어가고 있는데...

이미 동네에 뭐 날아가는 소리들 난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 와서...

6시까지 바람은 여전했다.

다시 눕기는 했지만 베란다 유리창이 걱정되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우리를 지켜 달라는...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니 바람이 좀 덜하긴 했다.

그러나 역시 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이 있었고, 강풍주의보도 아직 해제되지 않아

오전 내내 베란다 유리창은 어젯밤의 상태대로 놓아두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 오후 4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해제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오전 내내 흐린 중에 간간이 세찬 바람이 불던 바깥도

지금은 환하게 개었다.

창문 흔들던 바람도 사라졌다.

또 한 고비 넘긴 느낌...

이번 일로 또 한번 한 다짐,

다음 집은 꼭 새 집으로!!!

바닥, 문, 벽지, 창틀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새 것이고 튼튼한 집으로 달라고 기도해야 겠다.

밤 사이 10년은 늙은 것 같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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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