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PD님이 워낙 달변이고 유쾌한 분이긴 했지만, 그분이 말하는 내용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괴로우면 글을 써라. 괴로움을 글로 쓰면 즐거움이 된다.'
'맞다, 나도 블로그를 하는데...', '더이상 미루지 말고 글을 써야겠다', '그분의 블로그에 가서 글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장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미끼를 물지 말아야겠다', '도망가지 말고 버텨야겠다', '지금의 내게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15분짜리 그분의 이야기는, 슬프고 우울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던 오늘 내게 가장 힘이 된 말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교육자 스탠리 홀(Granville Stanley Hall)박사는 청소년기에 대해서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정서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혼란을 겪는 일종의 독특한 집단이다“고 정의했다.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들어선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선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
교육부의 ‘부모 교육 자료’에 따르면 성인으로 발달하는 청소년기 자녀들의 반항은 이 시기에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감정이라고 설명하면서 반항하지 못하게 야단치거나 강압적으로 막는 행동은 청소년기 자녀들을 더 반항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 자녀를 훈육할 때는 이전과 다른 훈육 태도를 보여야 한다.
먼저 자녀에게 분명한 규칙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규칙을 정할 때는 너무 많은 규칙보다 지켜질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규칙을 어겼을 때의 결과와 벌칙에 대해서 자녀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청소년기 자녀들은 부모가 제시하는 규칙들이 상당히 독단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발하기도 하고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자녀의 태도를 나무라지 말고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상의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성적이고 성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자녀는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자녀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청소년기 자녀의 옷과 머리 모양, 음악, 친구 등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부모·자녀 관계의 갈등은 너무 많은 비난에서 비롯된다”며 “자녀의 행동이 잠재적으로 해롭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하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자유와 반항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자녀가 부모를 당황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더라도 소리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거친 행동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 스스로 침착하게 행동함으로써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영재원 숙제 후속타(?)로 한 주 동안 인공지능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하다보니 '인공지능'이 들어간 기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발전 속도를 볼 때 나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내 아이의 인생에는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더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세상이 되려고...
‘알파고 충격’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과 화제가 인공지능과 미래로 쏠렸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공지능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빠지게 됐다. 이세돌 9단의 패배에 상심한 것이라기보다, 인간의 일이 기계에 밀려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적 활동으로 간주됐던 각종 전문직의 불안이 더 크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야구 경기와 기업 실적, 증권 시황 기사를 완벽하게 써내는 단계에 도달했고, 지난 21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쓴 단편소설 4편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의 우세를 예견한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딥마인드의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가 2015년 2월 과학 전문 학술지 (왼쪽)에 발표한 인공지능 논문에서 알파고의 능력이 예견됐다고 말한다. 하사비스는 이 논문에서 아타리사의 컴퓨터게임 49종에 대해 게임 방식을 가르치지 않고 목표와 데이터만 제공했지만, 심층신경망 방식의 딥마인드 인공지능(DQN)은 기계학습으로 단기간에 프로게이머를 능가하는 수준의 게임 실력에 도달했다. 비슷한 방식을 바둑 프로그램용 인공지능에 적용한 게 알파고다. 알파고의 알고리즘 구조는 올해 1월 (오른쪽)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작동구조 이해하지 못하면 통제 못하는 두렵고 무서운 힘 공포심 대신 호기심이 ‘열쇠’
■ 왜 인공지능이 두려울까?
이세돌의 패배 이후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류를 공격하는 ‘사악한 로봇’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사람보다 똑똑한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악마를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의 발언도 다시 소개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되는 조건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악용을 막을 ‘윤리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한 사실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 공포증은 이런 공상과학적 상상 때문이라기보다 잇단 전문기관들의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린 탓이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의 초반 호언장담은 실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정석에 없는 알파고의 이해 안 되는 돌이 수십 수 뒤 사활을 가르는 ‘묘수’로 드러났다는 프로기사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도 변해갔다. 인간 바둑의 기보에 없는 ‘근본 없는 수’이지만, 알파고가 거기에 착점했다면 그럴 만한 근거와 높은 승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알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강력한 힘은 종교와 주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알파고의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고 충분한 데이터만 제공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기계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공지능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 미래의 안전한 일자리는?
변화의 불가피함을 파악한 이들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자녀가 앞으로 어떤 직업과 전공을 선택해야 미래에 좀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묻고 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직업의 모습을 알 수 없는데, 이를 상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 대신 현실을 최대한 파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뒤 “그동안 우리가 맞다고 생각해온 바둑의 정석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둑 기사들은 알파고가 보여준 ‘파격적 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정석과 기풍을 초월한 ‘알파고류’ 바둑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인풋)와 목표(아웃풋)만 주어지고 연산 과정이 숨겨져 있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값이 구해지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연산 과정은 알 수 없으나, 그 결과값은 언제나 신뢰할 만하다는 것은 기계학습 방식의 인공지능이 던지는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규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 의존한 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류’ 포석의 의미와 효과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마법도 구조와 작동방식을 알고 나면 신비롭지 않다. 공상과학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창시한 마크 와이저 박사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뛰어난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 식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숨어버리는 속성의 기술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회가 통제력을 가져갈 수만 있으면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길
주위의 한 마사지사는 “아무리 로봇이 등장하고 안마의자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걱정 없어. 내 일은 손님 몸을 직접 안마하면서 감정적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특징이야. 로봇안마사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털어놓을 손님은 없을 거라고 봐”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이 미래에 얼마나 맞을지와 별개로, 불안을 넘어서 스스로 미래를 생각해보고 자신의 직무 특성을 관찰한 뒤 차별점과 전문성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는 미래에 다른 사람들보다 직업적 고민을 덜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변동으로부터 안전한 직업을 선택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기본적 한계를 지닌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또 그 시점에서 시장경쟁 상황이 어떠할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와 그 작동방식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 나의 직무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를 파악하고 차별성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새로운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어떤 직장이든 성격적 결함으로 다른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상사나 동료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이들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각 유형에 대한 정신적 대처법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 주디스 올로프 박사가 말하는 ‘직장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인물 유형 5가지’를 간략히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자아도취자) 유형이다. 이들은 자신을 중시하며, 관심에 목말라하고, 늘 칭송받길 원한다. 일반적으로 미움을 받을 것 같은 성격이지만, 때로 꽤 매력적 인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력이 있건 없건 타인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며 마음대로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교수는 설명한다. 따라서 만일 직장에 나르시시스트가 존재한다면, 이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조종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그들이 좋아할만한 형태로 꾸며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예컨대 나르시시스트 상사에게 휴가를 요청해야 한다면 “요즘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대신 “제가 이 기간 동안 쉰다면 업무 효율을 높여 회사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고 교수는 충고했다.
두 번째 유형인 ‘분노중독자’(anger addict)는 직장에서의 모든 갈등을 상대에 대한 비난, 공격, 모욕 등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타인의 자존감을 깎아내려 정서적 피해를 입히며,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교수는 설명한다.
이런 분노중독자를 상대하다 보면 스스로 분노에 휩싸여 추후에 후회할 말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그러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교수의 조언이다.
세 번째 유형인 수동 공격자(passive-aggressor)는 분노중독자와 유사하지만, 더 교묘한 형태로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짜 미소를 짓거나 마치 상대를 우려하는 것처럼 꾸며 자신의 비난과 분노를 감추기 때문에 진의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수동 공격자를 상대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그들로 인해 느끼는 모욕감이 나 혼자 만들어낸 착각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박사는 “그러나 이들의 태도에서 불쾌함이 느껴진다면 착각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행동을 탓해도 좋다”고 전했다.
다음 유형인 ‘죄책감 전도자’(guilty-tripper)는 “책임전가의 귀재”라고 교수는 말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해 자기 부탁이나 요구를 들어주도록 유도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죄책감 전도자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완벽한 사람(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교수는 조언한다. 만약 죄책감 전도자가 당신의 실수를 이용하려 들면, 순순히 사과하고 잘못에 대해 적합한 수준의 책임을 져 사태를 마무리해 버림으로써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하자. 교수는 “이들은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쉽게 흥미를 잃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유형은 ‘험담꾼’(gossip)이다. 이들은 직장 내 스캔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거론하는 가십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것도 물론 모욕적인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남의 이야기를 몰래 퍼뜨리는 그들의 행태 자체가 불쾌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차라리 관심을 끊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교수는 말한다. 그는 “사실상 험담꾼들을 억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들의 발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아... 지난 일터의 관리자, 전형적인 1,2번 스타일... 내 주변에서는 보기 드문 '악인'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그 사람이 뭐라 하든 말든 관심 두지 않고 내 식대로 내 할 일만 열심히 했다. 스트레스 안 받는 척했지만, 사실 '버티었다'는 게 맞을 정도로 무척 스트레스 받았다. 내 눈에만 '미쳤구나'형 인간이 아니었는지 다들 뒤에서 험담하는 건 기본이었다. 면전에서 욕 먹지 않을 뿐이지 여기저기에서 욕 먹는 걸 듣고 보자니 나중에는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인간형과는 다시 상종하고 싶지 않다.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다.
바야흐로 백세시대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다면 행복한 거고, 그렇지 않다면 두 번째 직업을 빨리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직업이라 부를 것도 없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는 순간, 일상에서 그 시간만 조금씩 늘려간다면 괜찮은 인생이다.
↑ 스웨덴 유학 시절, 밤 10시면 학교 작업실 전기가 끊겨 다른 방 전기까지 끌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무를 깎았다던 부부. 지금도 칼을 쥐고 나무를 만질 때, 완성된 조각에 색을 입힐 때가 가장 즐겁고 기쁘다.
우연히 잡은 칼 한 자루, 나무 한 조각이 부부의 인생이 되었다. 늦은 나이였지만 열정 하나로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던 두 사람이 돌아와 강원도 산 중턱에 지은 집과 작업실이다.
who 용형준(45세), 임주현(39세) 씨 부부 before 남편은 자동차 정비사, 아내는 전업주부 turning 목조각에 꽂혀, 부부가 함께 3년간 스웨덴 유학을 떠나 2013년 귀국했다. when 2014년 봄, 토목공사부터 시작해 올해 2월 새집에 입주 where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금창리, 계곡이 흐르는 산 중턱 now 집을 짓고 별채의 작업실에서 부부가 함께 나무 조각을 한다. 작업실 이름인 '후가(hugga)'는 스웨덴어로 '칼이나 도끼 따위로 나무를 베다'라는 뜻. contact http://blog.naver.com/skogsdraken
부부가 손댄 나무들에는 칼과 도끼가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다. 11년 전, 아내는 한 외국 잡지의 나무 산타 인형을 보고 무심코 '나 이거 하나 만들어 줘' 하고 말했다. TV 보느라 흘려듣는 듯했던 남편은 퇴근길 한 손에 나무 한 토막을 들고 왔다. 초등학생 때나 쓰던 조각칼로 나무를 깎았고, 아내는 그 위에 물감으로 칠을 했다. 완성된 산타 조각을 선반에 올려놓았을 때의 그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를 계기로 외국사이트와 원서를 뒤져가며 꾸준히 목각 작품을 만들었다. 남편이 새벽까지 나무인형을 깎아 놓고 출근하면, 아내가 색을 입혔다. 미국 잡지사 주최의 산타 조각 대회에도 참가했는데 첫해에는 떨어졌지만, 이듬해에는 무려 '대상'을 탔다.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도 거치며, 나무 깎는 일에 대한 갈증과 열망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동안 칠만 했던 아내도 조각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관련 책을 쓴 미국 교수에게 제자로 받아달라며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가르치는 내용이 저희가 원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대신 스웨덴에 있는 전통 수공예 학교 Sätergläntan을 추천받았죠."
'Döderhultarn'라는 스웨덴 작가의 작품에 푹 빠져 있었던 부부는 이 학교의 일주일짜리 단기코스를 먼저 받아보기로 했다. 걱정하던 500만원 경비는 국내 제과회사 공모전에 참가해 받은 상금으로 거짓말처럼 해결됐다.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면 입학이 어렵다는 말에 상심하기도 했지만, 멀리서 찾아가 열의를 보여준 덕분인지 귀국 후 넣은 입학원서에 허가가 났다.
↑ 별채로 만든 작업실 내부. 문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앉아 작업한다. 생목을 자르고 모양을 다듬어 톱질, 칼질, 섬세한 무늬와 표정을 만들어내는 작업까지 모두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 나무로 뭔가 만들고 나서 괜히 히죽히죽 웃을 때가 있다. 둘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 다락을 빼면 이 집의 유일한 방인 침실. 부부는 예산에 맞추다 보니 벽이 하나둘사라지더라며 허허 웃는다.
↑ 그동안 조각했던 산타 인형을 깨알같이 모아두었다. 가운데 칸 인형들은 스웨덴에서 만든 것, 맨 아래 칸은 대부분 독학으로 조각하던 초기작들이다.
↑ 작업할 때 사용하는 칼의 손잡이와 집도 손수 나무를 깎아 만든다. 그렇게 만든 칼이 작업실에만 수십 개다.
Look at here!
↑ 형준 씨가 나무를 조각할 때 쓰는 칼들. 이를 본 주현 씨가 유학 시절 일화를 풀어놓는다. 스웨덴에서 1학년 때 한 사람당 2개씩 칼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는데,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남편은 같은 시간에 완성한 칼을 30개나 가져오더라고.
↑ 부부가 처음 만들었던 산타 인형. 첫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예쁘다.
↑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나무로 직접 만든 생활용품으로 대접하는 것이 부부의 큰 즐거움이다.
↑ 각종 서랍장에 달아서 쓸 수 있는 나무 손잡이. 얼마 전 스웨덴으로 보내기도 했던 아이템이다.
↑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칼과 도끼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 작업실 한편에는 칠을 해서 말리는 방이 따로 있다. 책상 앞 창 너머로 보이는 숲이 싱그럽다.
Oh My Favorite
↑ 처음 입주했을 때 집은 벽, 바닥 마감은 물론 싱크대도 없는 상태였다. 싱크대는 철재 프레임에 직접 원목으로 짜려고 했지만, 막상 주문해서 받아본 철재 프레임 용접이 가구로는 쓸 수 없을 정도였다. 할 일이 태산이었던 부부는 고민 끝에 이케아 싱크대를 사다가 조립하기로 했다. 싱크대 설치 후 벽에는 나무로 선반을 만들어 달았다.
↑ 나무 인형 목걸이는 주현 씨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 특히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목걸이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많이들 하고 다닌다고. 직접 만든 이 목걸이는 스웨덴 상점에서 팔리기도 했다.
부부는 살던 집을 전세 주고, 그 돈을 자금 삼아 스웨덴으로 떠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유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그 학교에 한국인은 두 사람이 처음이었던 건 물론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3년이란 시간을 치열하게 보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 말 그대로 '산'이었던 이곳의 터부터 닦아 집을 짓기 시작했다. 예산에 맞추느라 포기해야 했던 것도 많았고, 한 달에 걸쳐 집 내•외부에 페인트칠을 직접 하느라 몸이 고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집과 작업실은 두 사람의 또 다른 시작이 되어줄 소중한 보금자리다.
숲 속 작업실에 나란히 앉아 종일 나무를 깎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달을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 좋아하는 일, 원하는 일을 하며 나이 들어 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거라고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한다. 두 사람의 표정에서 이미 행복을 본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아마 착각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