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영재원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번의 산출물 발표대회 결과로 상을 받을 조도 발표 되는 날이기도 하다.
아이네 조는 상을 받지 못했다.
상을 받게 된 조는
누가 봐도 협동도 잘 되지 않았고,
탐구 과정 보고서나 발표도 허술했으며
산출물도 학원과 엄마의 손길만이 남아있던 두 조였다.
아이로부터 결과를 듣고 나니,
이번 수상의 근거는 탐구 과정이 아니라
산출물, 그것도 과학이 아닌 발명 쪽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근거는 영재원의 과학 분야가 아니라 발명 분야에나 해당 되는 것 아닌가...
여기는 과학 분야인데 왜 이런 근거를 드는지...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잘 나오면 된다는 것이구나...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면서 확 속이 상했다.
이럴 거면 우리 조도
처음부터 내가 다 이끌고 나가고 산출물도 번지르르하게 내가 만들 걸 그랬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일처리 방식에 속상하고 실망한 게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리 하나같이 주먹구구식이고 앞뒤가 안 맞는지...
제일 속상한 건,
상을 받게 된 그 조에는 무임승차한 아이가 하나씩은 끼어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조만 잘 만나면 별 노력 없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우리처럼 조원을 잘못 만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는 받을 수 없다는 것...
행운의 중요성, 세상의 불공평함을 영재원에서까지 배울 필요는 없는데...
늘 아이의 일 앞에서는 속상함이 앞선다.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데, 내가 봐도 그게 눈에 확 보이는데,
아이에게 돌아오는 댓가는 아이가 한 노력에 비하면 참 터무니 없다.
이럴 거면 나도 내 아이에게
원칙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요령 피우는 법을 가르치고,
좋은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그게 세상 사는 법이라고...
조원으로 만나는 아이는 왜 하나같이 게으르고 뺀질거리고 능력 없는 아이들인지...
그나마 내 아이가 모든 일을 거의 다 하다시피 하면서 이끌고 나가려고 하면
그걸 또 불평하기까지 하니 참으로 맥 빠지게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같은 조가 되어서 수 개월 동안 내 아이가 한 노력이 헛고생이었다는 생각을 하자
엄마로서 참 속상했다.
산출물 발표대회에 대한 안내는 조금도 없이
처음부터 알아서 준비하라는 식이었고,
오늘도 상을 받을 조만 발표했지 평가 근거는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럴 거였으면 나도 내 아이 고생 시키지 않고 내가 혼자 다 했을 것 같다.
그러면 당연히 결과도 더 좋았을 테니까...
원칙대로 하겠다고 괜히 내 아이만 고생 시키고 성과는 아무것도 없는 꼴이라
아이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될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초등영재원 공부는 오늘로 끝이다.
하나의 매듭을 지으면서 유감스럽게도 기분이 참 좋지 않다.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할까...
그 때마다 기분 나쁘지 않으려면 우리도 시류에 맞춰 약삭빠르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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