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가 계속 먹먹하다고, 아이가 이틀 전부터 그랬었다.
아이가 삼출성중이염을 가지고 있는지라
귀가 이상하다고 하면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날이 곤두선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팽팽 도는 생각들.
왜지, 뭐가 잘못 되었나, 바로 병원에 가야 할까, 아님 더 지켜볼까...
표정은 덤덤하지만, 마음 속은 복잡해지는 것이다.
환절기에 들어서면서
아이는 계속 콧물, 코막힘, 가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지만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고,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따뜻한 물 자주 먹으라고 하고 도라지차 먹여가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쪽 귀가 먹먹하다고 하고,
어제 아침에는 양쪽 귀가 다 먹먹해서 안 뚫린다고 하니
나 혼자 속으로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게다가 기침하거나 코 풀 때 귀가 아프기도 하다고 하니
중이염이 심해졌나 하는 생각에 오늘 바로 병원에 갔다.
귀가 먹먹하다는 아이의 말에 원장님이 청력검사부터 하자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마 내 얼굴색이 하얘졌을 게다.
청력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청력검사를 받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다행히 청력은 정상이란다.
고막도 색깔이 깨끗하고 아무 이상 없다고, 물 차지 않았다고...
그 말을 들으니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얼굴색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나 보다,
의사선생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이신 걸 보니...ㅎㅎㅎ
그러면서 아이에게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크게 음악 듣지 않았느냐고,
아님 누가 옆에서 크게 소리 지른 적 없냐고 그러셨다.
물론 그런 적은 없었다.
올해 들어 이어폰으로 음악을 자주 듣긴 해도 아이가 듣는 볼륨은 4.
작은 소리다.
그래도 예민한 아이의 귀에는 문제가 되었나 보다.
코막힘과 기침 등에 대한 약과 항생제, 며칠 지켜보라는 말을 처방 받아 돌아오는 길,
아이 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허기가 밀려왔다.
조금만 가면 집이지만 밥을 해야 저녁을 먹을 수 있으므로
사 먹는 걸로 아이와 합의를 보았다.
나는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게 화끈하게 매운 것으로,
아이는 밥과 채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왔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들이 아직 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중학교 들어와서 첫 시험을 앞두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나 하는 생각도 들고,
주말에 영어 공부 도와주면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안 들은 것 아니냐며 윽박지른 것도 생각 나고,
버스 두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등하교 하는 게 너무 힘든가 싶은 생각도 들고...
생각하면 다 미안한 것 투성이다.
잠이라도 푹 자게 얼른 자라고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