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오랜만의 밤영화, 그것도 서울극장에서... 잠깐 옛날 생각이 났다. 장소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간의 경험을 보건대, 일본영화에 깔린 정서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지라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였지만,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공 하나하나에 혼을 넣어라... 질 때는 철저하게 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구입혼'이라는 말, 처음 들었지만,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 하라는 말로, 절망의 바닥까지 가 본 사람만이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10여 년 동안 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사카마치도, 어찌 보면 하지 않았어도 될 아버지의 진실을 찾는 일에 매진하게 된 미에도 일구입혼한 것 아닌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이대로 모른 척 계속 지지부진하게 살지 않으려고...

야구를 소재로 한 내용이지만 그것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결국은 사람 이야기였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일본영화 특유의 정서는 여전히 거슬렸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지라 따뜻했다.

 

 

특히 미에 역으로 나온 이 여배우, '하루'라는 여배우는 참 눈길이 갔다.

중성적인 이미지인데, 한편으로는 여리여리한 소녀 감성을 느끼게 하는... 아주 뛰어난 미인은 아닌데 시선을 끄는 힘이 있고 표정이 참 자연스러운... 하여간 매력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긴 생머리일 때보다 지금의 짧은 머리가 훨씬 더 어울린다. 앞으로도 눈여겨 보게 될 것 같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적이 끊긴 어두운 거리가 조금은 무서웠고 여전히 무덥고 끈적끈적했지만, 머리는 맑았다.

좋은 시간이었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