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LAVA song...
들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묘하게 중독성 있네~' 하며 들었었다.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잠시 후에 든 생각이,
'LAVA song이 이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지?' 였다.
영화의 앞부분에 그 장면을 넣었을 때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영화의 제목인 'Insideout'의 의미와 통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꼬리를 물고 떠오른 생각의 조각들을 남겨본다.
분노, 까칠, 기쁨, 소심, 슬픔 말고도
인간의 머릿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주도하는 감정은 무엇일까?'에 주목하던데,
하나의 감정이 순간을 주도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한 감정이 인간의 삶을 주도할 수는 없는 것.
결국은 모든 감정들의 협업으로 인간의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영화를 바로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짜증날 정도로 부정적인 말과 행동만 하던 슬픔도
꼭 필요한 순간이 있었고,
항상 중요한 것 같아 보이던 기쁨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한편
슬픔과 기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같이 손잡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는 점은 부수적인 소득.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인간에게는 이 모든 감정들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매순간 감정에만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감정 컨트롤 본부'로 나온 그것.
기쁨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에는 슬픔이 나서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까칠의 독설도 적당히 이용하고,
분노의 불 뿜음도 때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만드는 그것,
자유의지...
'Insideout'은 뒤집는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에서는 감정을 뒤집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지나치게 슬플 때에는 기쁘게,
지나치게 화가 날 때에는 소심해지기도 하면서
한쪽으로 쏠리려는 감정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하면서
자유의지로 조절해나가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목표는 사랑...
영화 앞부분에 나왔던 LAVA song은
감정 컨트롤 본부의 목표를 먼저 제시한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의지'란 목표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감정의 최고봉은 결국 사랑이니까...
이 영화도,
모든 감정을 내려놓은 채
아무 의지 없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 미네소타로 가겠다고 길을 나선 라일리가
자기 안에 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기억해내고는
다시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인격을 부여해서 의인화했다는 점,
그리고 각 기억의 영역을 '섬'으로, 망각은 '쓰레기장'으로 표현하여
인간의 머릿속을 일목요연하게 구조화해서 표현해낸 창의성에
별 오천만 개를 주고 싶다.
희미하고 복잡한 뇌과학에 돋보기를 들이댄 영화 같은 느낌...?
나는 사실
주인공인 라일리가 사춘기일 때의 감정이 주로 나온다고 알고 본 영화여서
사춘기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 보여 줄 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것은
감정 컨트롤 본부의 보드판이 복잡하고 큰 것을 교체되고
'사춘기'라는 버튼이 추가된 정도로
영화의 끝부분에 아주아주 조금만 나왔다.
라일리의 12세 이후의 감정 변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Insideout 2'가 나오면 그게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른, 그것도 엄마 사람이 볼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 영화도 아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재미있을 영화는 아니니까...
비유적 의미, 행간의 의미까지 해석해낼 수 있는 어른들에게나
재미있고 감동적일 영화라고 생각한다.
상영관이 많은 탓이었는지 관객이 영화관의 반도 차지 않아,
게다가 우리 자리 앞이 텅 비어 있어서
안그래도 중앙인 자리에서 IMAX 느낌 팍팍 받으며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3D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봐 예매하기 전에 조금 망설였지만
영화관의 자리와 상황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내 옆에 앉은 훈훈한 남자 고등학생 두 명이 재미있는 장면에서 어찌나 빵빵 잘 웃는지
그 학생들 덕분에 두 배로 재미있었다...ㅎㅎㅎ
영화가 끝난 저녁 시간,
아이와 손 잡고
아직 지지 않은 해를 보며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
이번 여름방학 들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황금색 구슬 하나, 장기억 보관소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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