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일터 건물을 나오자 더운 공기가 훅 나를 맞이한다.

이게 진정 4월의 날씨인가 싶다.

완연한 여름 공기라서...

그나마 해가 한풀 꺾인 오후 기온이 이 정도.

낮엔 반소매 옷을 입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

갈수록 봄이 짧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꽃은 아직 봄임을 보여주는 듯...

화사함과 푸르름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출퇴근길에 지나는 터널,

출근길에 이 터널을 지나면

'나'에서 직장인 모드로 바뀐다.

퇴근길에 이 터널을 지나면 반대로

일터 모드에서 '그냥 나'로 돌아간다.

양립하는 두 세계의 문같은, 묘한 느낌의 터널이다.

 

푸릇푸릇함이 마치 여름 나무 같다.

물이 오르다 못해 녹음이 짙어지려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시간의 힘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여름 지나간 게 바로 얼마 전 같은데 다시 또 여름이라니...

참으로 세월 가는 것 모르고 살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즐겁게 누리는 것뿐일 것 같은데,

시간을 좇아가느라 허덕이며 살고 있진 않은지...

성큼 다가온 여름 앞에서

생각만 많아진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