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장을 봐 와서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정말 기함을 했다.
꽉 차 있는 내용물만큼이나 가득 들어찬 성에와 고드름들...@@
망설일 틈도 없이 냉동실의 내용물들을 다 꺼내고
벽에 붙은 성에와 내용물들 사이사이에 들어찬 얼음조각들을 다 떼어냈다.
그게 꼬박 1시간이었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계속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마지막으로 냉동실 문을 닫을 때
냉동실에 내용물이 너무 많아 꽉 닫히지 않은 탓인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냉동실 문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고무가 흡착력이 떨어진 탓인가 싶기도 했다.
하여간 심란한 일...
냉동실 안 구석구석 얼음들을 다 떼어내고, 물기도 닦아내고,
그러고 나서도 혹시 이번 일로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18년째 쓰고 있는 냉장고이기 때문이다.
냉장고 수명으로 따지면 천수를 누리고도 남을 기간을 쓰고 있는 셈...
정확히 7년 전에 냉장이 잘 안 되어 수리를 받을 때 기사님 말씀이,
내가 관리를 잘 해서 이렇게 오래 쓰고 있는 거라고,
자기가 볼 때에는 앞으로도 7년은 더 쓸 거라고 하더니
그 7년째인 올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냉동실을 다 닦아낸 후 내용물들을 다시 집어넣고
냉동이 잘 되는지, 냉장은 잘 되는지 밤에 자기 전까지 계속 관찰했는데,
아무래도 냉장이 못미더웠다.
시원하지 않은 느낌...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냉기를 보내주는 관에 얼음이 차면 그럴 수 있다는 걸
7년 전의 경험으로 알기에 '혹시 또?'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수리 신청을 했다.
내가 퇴근한 이후 오신 기사님,
냉장고를 열어서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냉장, 잘 되는데요?" 하신다.
"어? 그럴 리가... 전보다 시원하지 않아서요." 했더니
냉동실 뒤쪽을 뜯어보면 안단다.
그래서 또(ㅠㅠ) 냉동실의 내용물을 다 꺼내고 뒤를 뜯었다.
어제 냉동실에서 벌어진 참사도 다 설명 드렸다.
그리고 내가 우려하는 바도 말씀드렸다.
뜯어본 냉동실 뒤는... 깨...끗...했...다...@@
어제 내가 정말 얼음 제거를 잘 했나 보다.
고장난 것도 없고 냉동실도 잘 가동되고 있단다.
다른 집 같으면 벌써 고장났을 텐데,
내가 관리를 잘 하며 써서 주요부품도 잘 돌아가고 있단다.
이러다가는 20년 채우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졸지에 칭찬을 들었다는...
여름 오기 전에 냉동실 청소 싹 하고,
출장비 정도 들여서 냉장고를 한번 정비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고장난 것 없다는 사실을 전문가의 입으로 확인 받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수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수리하지 말고 그냥 새로 사야 하는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어찌나 심란하던지...
그러다가 새로 사더라도 새 냉장고를 고를 동안은 써야 하니
일단 수리를 받자는 생각이 들어 수리 신청을 한 거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 냉장고부터 샀으면,
앞으로도 더 같이 할 수 있는 이 기특한 아이를 그냥 버릴 뻔했다.
인터넷에서 냉장고 모델들을 둘러보면서
이 돈이면 아이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텐데, 아깝다 하는 생각이 어찌나 들던지...
더이상 미루지 말고 아이하고 여행을 다녀오라는 하나님의 뜻일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여전히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기특한 냉장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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