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찬 감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밤새 뱃속에서 폭풍이 일었다.
새벽에 깨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배가 허전해질 정도로 싹 비워내고나서야 조용해졌다.
이런 날은 먹는 것을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체험학습 날이라 아이들과 간 곳은 바리스타 체험장.
커피 좋아하는 내가 방앗간을 간 격인데 참을 리 없지.
제 것도 맛 좀 봐 주세요, 하는 아이들의 핸드드립한 커피를 몇 잔을 마셨는지
정오도 되기 전 집에 돌아올 때쯤엔 머리가 땡땡할 정도였다.
하필 엊그제부터 먹고 싶던 것은 떡볶이.
그래서 떡볶이랑 순대를 조금씩 사 가지고 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커피는 오전에 마신 걸로 오늘 분량은 넘었으니 끝.
떡볶이가 너무 짜서 따뜻한 물만 가득 마셨다.
그러고나서 어렴풋이 잠들었는데...
잠시 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오늘 있었던 수행평가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잘 다녀왔니? 하며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하고,
영어 발표 수행평가는 연습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했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짧은 꿈을 꾼 것 같은데,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잠결에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은 것이다.
오전 4시인가 싶어서, 아니 내가 너무 푹 자서 출근 시간을 넘어서까지 잔 건가 싶어서
얼마나 놀랐는지...ㅠㅠ
내 일도 그렇고 아이 일도 그렇고 이번 주에 해야 하고 챙겨야 할 게 많아
긴장감이 팽팽하다...ㅠㅠ
모처럼 낮에 집에 있는 날, 낮잠도 편안하게 못 자다니...
이게 다 일거리를 싸가지고 온 탓이다.
일에 대한 근심, 걱정도 같이 묻어 온 듯.
오전에 체험장에 가서도 머릿속으로는 일 걱정만 했다는...
그 향기로운 곳에서...ㅠㅠ
짧은 낮잠 동안에도 무슨 꿈을 꾼 건지,
일터에 대한 꿈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어수선한 머릿속.
뱃속에서는 다시 구루룽거리며 편안하지 않다는 신호가 오고 있다.
떡볶이랑 순대, 괜히 먹었나? 맛있었는데...ㅠㅠ
평범하고 조용하고 순탄한 삶.
나의 희망사항은 이토록 소박한데, 이게 제일 어려운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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