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역시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다.
송지나 작가가 쓴다는 것을 알고부터 보기 시작했다.
송지나 작가는 내게 소위, 믿고 보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니까...
인터넷에서는 여러 부정적인 말들도 많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 유명한 모래시계, 카이스트 말고도
신의와 힐러도 나는 챙겨가며 보았었다.
내가 생각하는 송지나 작가표 드라마의 장점은
탄탄한 구조와 섬세한 감정표현...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퍼즐을 맞추듯 그 뭐가 뭔지 잘 몰랐던 부분이 이해가 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게
송지나 작가표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
요즘 드라마들은
1회부터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게 보통이다보니
신의 때부터는 대다수의 시청자들로부터 그다지 호평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왕은 사랑한다'도 역시...
하지만 나는 그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고부터는
매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려졌었고
마지막회에서
이 모든 이야기의 실타래를 어떻게 묶을지 궁금했다.
오늘 드디어 그 마지막회가 끝났다.
늘 그래왔듯이 역시 왕린은 왕원을 위해 세상에서 자신을 숨겼다.
어쩌면 그렇게 철저하게 벗이자 왕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매번 안스러운 선택을 하는 그를 보는 것이 찡했지만
마지막회에서 은산과 함께 떠나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모든 안스러운 선택에 대한 작가의 선물이 아닐까?
은산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왕린과 함께 갔다.
그건 은산을 위해서도, 왕린을 위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왕원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왕원을 위해 서슴없이 독차를 마신 은산을
왕원은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원 곁에 있으면 은산은 끊임없이 위험하게 될 테니까...
누구든 왕원 곁에 있으면 결국 왕원의 약점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래서 끝까지 외로웠던 왕 왕원...
왕원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마음 아팠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 원나라에서의 10년 동안, 그는 행복했을까?
은산에 대한 왕원의 사랑은 현재형이니까...
언제까지나 아직 끝나지 않을 테니까...
은산에게 달려가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피해
더 먼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 먼 곳에서 왕원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왕원을 연기한 임시완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바로 이 표졍이 아닐까 싶다.
나는 '미생'을 보지 않았다.
남들이 다 장그래를 이야기할 때에도 줄거리조차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왕원이 세자가 아닌,
자유로운 청년으로 저자거리를 돌아다닐 때의 저 표정을 보고는
'미생'이 궁금해졌다.
은산을 바라볼 때의 왕린의 눈빛은 늘 저랬다.
상대에 빨려들어갈 듯한 저 진중한 눈빛과 신뢰감 가는 입매.
은산의 마음이 왕린에게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왕린의 표정 중 내가 가장 좋아한 표정.
윤아가 예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웃는 모습, 당연히 예쁘다.
눈, 코, 입, 표정까지 어쩌면 저렇게 다 예쁠까 싶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은산의 우는 표정에 만점을 주고 싶다.
소녀시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사람으로서
연기자로서의 윤아에 대해서도 관심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윤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걸 연기라 할 수 있을까?
카메라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심은 1도 없는 듯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마냥
실제 감정이 철철 흘러나오는 듯 우는 그녀의 표정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말괄량이 같으면서 소녀 같기도 했던 은산은
윤아가 연기해서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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