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우주판 노아의 방주니, 타이타닉의 우주버전이니 하는 평도 읽었고,

로맨스 90%에 과학성 10%라는 평도 읽어서 대강의 분위기는 알고 보러 간 거였다.

요즘은 역시 '너의 이름은'이 대세여서인지

동네 영화관에서 '패신저스'는 1일 3회밖에 상영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1회는 아침 8:30, 나머지 2회, 3회는 저녁 6:05와 11:00.

선택의 여지 없이 저녁 6:05에 시작하는 것으로 예매하였다.

 

상영 시간 2시간여가 지나고...

함께 보러 간 아이는 별 사전정보 없이 간 것이어서

'인터스텔라' 같은 과학영화인 줄 알고 기대가 컸었나 보다.

영화가 다 끝나고나서

과학적 오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헤아릴 수가 없다는 둥

돈이 아깝다는 둥 한참을 식식거렸다.

이제 영화도 각자 보러 다닐 때가 왔나 보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주행성을 개발해서

승객들을 냉동 상태로 배송(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하고,

승객들이 이주행성에서 살면서

평생 월급의 20%씩 내어 이주 비용을 갚아나가게 한다는 사업의 발상 자체가

일단 참신했다.

은행에서 장기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수십 년에 걸쳐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객과 승무원 모두 해서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타고 있는 아발론호는

규모면에서 하나의 도시 같았다. 그것도 신기했다.

도시 하나를 지구에서 이주행성으로 옮기는 셈이니...

예정된 120년이 아니라 30년만에 냉동 상태에서 깨어버린 짐은

지구에서는 엔지니어로서 할 일이 없어 아발론호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중이었다.

이주행성은 개발 중이니 엔지니어가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똑똑하고 아름다운 작가 오로라는

지구에서는 늘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그 무엇을 찾아다니다가

아발론호를 타게 된 것이었다.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가 중심이 된 세상의 이면을

짐과 오로라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인간이 할 일이 점점 없어질 정도로 컴퓨터가 발달하지만,

인간만이 가지는 소외감 같은 감정은 컴퓨터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세상.

그 거대 도시 같은 아발론호와 똑똑한 듯 멍청한 바텐더 아서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여차저차한 과정이 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짐과 오로라를 통해 현실을 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현실이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누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과학적인 오류가 많다고 하나

스토리의 전개상 눈 감아 주어야 할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눈에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영화는 논픽션이 아니니까...

과학은 이 영화에서는 그저 배경일 뿐

결국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홀로일 때의 외로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해결되어도 마음과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짐과 오로라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이야기에 공감했기에 상영시간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극적 긴장감이 폭발하는 부분이나 스펙타클하게 자극적인 장면이 있진 않다.

요즘 하도 자극적인 영화가 많으니까 그런 스토리 전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지루하다고 평할 것이다.

그렇지만 삶과 인간 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