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이번 주 월요일부터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있다. 일터에 출근할 때에도 한 번도 일어나 본 적 없는 시간인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는 덕분이다. 이틀째까지는 일어나는 일이 너무 괴롭더니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잠에서 깼다. 바뀐 생활이 드디어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괴로울 때 생각한 것이 아이다.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네가 백만 배 더 힘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발딱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더라는...

 이번 주의 하루하루는 일 년보다 길게 느껴진다. 확 달라진 일상이 뿌리 내리지 못한 채 붕 떠 있고, 그래서 어떤 생각도 다 불안을 가격표처럼 달고 마음 속에 뒤섞여 있다.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겪자니 예상했던 것 이상이라 마음 속이 더 복잡하다. 시간에 쫓겨 밥 한 그릇도 다 먹지 못한 채 교복을 입는 아이를 본 오늘 아침은 더...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지 기도가 저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출근시간에 시내에 간 것은 처음이지 싶다. 그러고 보니 나의 출근길은 대부분 시내와 역방향이었다. 도로도, 버스 안도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이 출근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서점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며 가까이에 있는 커피가게에서 책을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나 보다. 서점 문은 진작 열렸을 시간에 옆 테이블에 앉는 타인의 코트 자락에 묻은 김치찌개 냄새에 정신을 차리고 책 속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점심시간인가?' 하고.

 책을 사고 몇 권은 선 채로 급하게 훑어보고 서점을 나서니 빌딩 숲인 시내 거리에서 기분 좋은 활기가 느껴졌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길 바닥의 하얀 선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아이, 기분 좋아!' 하는 느낌이 엄지발가락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그들의 발걸음만으로도 점심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아차렸다. '바쁜 일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맛있는 점심식사 하기를~' 기도하며 스쳐 지나왔다.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는데 인도 옆에 경찰차, 119차 여러 대가 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경찰과 119대원들의 두런두런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 쪽에서는 점심을 먹을 때 한 쪽에서는 삶을 놓아버리는 게 인간세상일까.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며 하늘을 보았다. 언뜻 든 나의 생각은 그저 기우이기를...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이라지만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오늘도 일 년 같은 하루가 가고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 누리지 못하고 보내는 이 하루가 아쉽긴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볼 때 아깝지는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 '나를 지금 여기에 둔 것도 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고, 내 뜻, 내 계획과 다르다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오늘 하루도 소중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기도하며 지금 여기에서 내게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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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