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건강검진 결과, 지금껏 일 점 이 이하로 떨어진 적 없던 시력이 영 점 얼마가 나왔었다. 정말 충격받는 일은 멍~하니 조용하게 다가오는 법. 시력 결과를 보고 잠시 멍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는...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 참에 정밀하게 시력검사를 해 볼 요량으로 건강검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과에 들렀다. 전에 한 번 들러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과잉진료를 하지도 않는 것 같고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지도 않았던 곳이라 적어도 건강검진을 했던 병원보다는 믿음이 가는 안과였다.

 눈은 작년부터 실감나게 불편했었다. 그게 중증이 아니라 그저 불편한 것이어서 검사를 받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게다가 노안 증상이 나타난 거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여서 이제는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돋보기를 써야 한다고 하면 쓰자는 결심을 하고 검사를 받은 것이다. 

 안과에서의 검사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난시가 있다는 것이다! 태어난 후 난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노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보다 난시가 있다는 말이 마음에 더 무게감 있게 쿵~ 던져졌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도 다 난시 때문이었다. 시력은 건강검진 때의 결과와 거의 비슷했다. 나만 불편하지 않다면 꼭 안경을 쓸 필요는 없는 시력이라고... 원하면 안경 처방전을 써 줄 수는 있으나 안경을 쓰면 그나마 남아있는 기능들이 다 사장될 거라고, 많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면 안경 쓰는 것은 고려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난시라니... 게다가 시력이 일 점 이하로 떨어지다니... 정말 세월 가니 노안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 헛웃음이 나왔다. 세월 가고 나이 드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주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에 아팠던 것을 시작으로 이렇게 한 군데씩 점검하게 되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고 지나갔다가 나중에 엄청난 말을 듣는 것에 비한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니까...

 3월이 오고 있다. 한낮의 공기가 훈훈해져서 산책을 하고 싶고 자주 창을 열어 환기하고픈 마음이 든다.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다 실현가능한 일일 텐데...ㅠㅠ '나쁨'과 '매우 나쁨'을 오가고 있는 미세먼지 농도가 매일 나의 발목과 팔목을 잡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3월이 오면 바쁠 텐데... 그러기 전에 겨울을 무사히 잘 보낸 우리를 기특해하며 양껏 봄을 누리고 싶은데... 협조해라, 공기야... 물렀거라,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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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