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쩌다가'다.
늘 이 날은 다른 장소에서 긴장감 넘치는 일(?)을 하고 있어야 했는데,
올해에는 어쩌다가 그 일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쉬는 날이 주어졌으니 좋다고 해야 할 지, 아님 수당을 못 받으니 안 좋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으나
일단 주어진 상황을 잘 누리기로 했다.
수능날이라 아이도 10시까지 등교라 해서 둘 다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아이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신이 나서 학교에 갔고,
나는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두 번째 권을 펴들었다.
일터의 도서실에서 진작에 빌려다 놓았던 것인데
어찌나 일이 많았는지 첫 번째 권도 간신히 다 읽었다.
문제는 새로 산 거실 러그가 너무 부드러웠다는 것일 게다.
엎드려서 커피 홀짝이며 책을 읽다가 잠들어 버린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어제 4시간 잤고, 10월 이후 5시간 이상 자 본 밤이 없는 일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모처럼 쉬는 날, 은행일도 봐야 했고 AS센터에도 다녀와야 했는데,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이렇게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아무도 없을 때 차분하게 생각도 좀 하고...
무엇보다 미루어 두었던 보고서도 써야 하고... 이건 낮잠 충분히 잤으니 밤에 써야 겠다.
곧 아이가 돌아올 시각이 된다.
복잡한 머릿속은 다시 잘 접어 정리해 넣고, 밝은 얼굴로 아이를 맞이해야 겠다.
나는 여전하다. 생각이 복잡할 땐 말수가 줄어들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한다.
그 탓에 요즘 아이는 조금 외로울 것 같다. 네 탓이 아니야, 나 때문이야, 마음으로만 말을 전해본다. 미안하다고도...
늘 엄마의 배웅과 마중이 고픈 아이, 즐거운 얼굴로 맞이해야지.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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