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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_0827_SNU

지나간 일들 2016. 8. 28. 20:01

 

토요일 오후의 하늘...

저 하늘을 언어로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언어는

무한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그 빛이 떨어진다는 것...

 

 

인문대 앞 계단.

환한 햇빛이 모든 것의 색을 다르게 보이게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새로 칠해진 듯 선명해 보였다.

나, 새로 태어났나...?

뭐가 이리 다 새롭게 보여...???

 

 

관악산 기상관측소 방향.

이 날은

어디를 바라봐도 결국은 하늘에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하늘 이상으로 아름다운 것이 없었으니까...

맑고 높고 깨끗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늘이...

 

 

7월의 세차게 비 내리던 어느 날, 내 시선을 사로잡은 포인트였다.

오래되고 멋진 나무와 그 아래 무심한 듯 자리 잡은 벤치...

그 둘이 비에 젖어 있는 모습이 멋있어서 눈을 떼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언젠가 맑은 날 여기 와서 꼭 한번 앉아있어 봐야겠다 했는데,

어제가 그 날이었다.

 

저 벤치에서 3시간 동안 광합성 하면서 가을을 누렸다.

비타민D도 빵빵하게 충전~

아름다운 하늘, 소슬한 바람, 따스한 햇빛, 낙엽, 그늘진 벤치,

풍덩 빠질 수 있는 책, 편안한 스니커즈, 그리고 음악...

이 정도면 가을을 누릴 준비로는 완벽하지 않은가?

어제 저 자리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는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였다.

가사의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마음을 두드렸다.

가을이다. 가을이라서 그런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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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_0604_SNU

지나간 일들 2016. 6. 8. 18:36

 

마치 숲으로 난 길인 양 보도블럭 사이사이에도 클로버가 무성하게 자라나있었다.

그런데 길을 따라서 가 보니, 재미있게도 완전히 모던한 새 길과 건물이 등장했다.

역시 길은 끝까지 가 봐야 아는 법인가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길을 오가는 이들이 끊임없이 있었는데,

모두 예외 없이 보도블럭만 디디려고 조심하며 걸어가더라는 것.

사람들이 여럿 지나갔는데도

보도블럭 사이의 풀 한 포기도 밟힌 게 없었다.

사람들의 그 착한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아

이유없이 기분 좋아진 아침이었다.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지속가능성을 묻는다' 전시 중이라 했다.

미술관의 앞마당에 이상한 집 한 채가 보여 가 봤다.

호기심쟁이답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재미있게도 벽 한 쪽이 이렇게 서랍의 앞면을 붙여서 만든 것이었다.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빙 둘러 집 주변을 따라 걸어가봤더니 다른 한 면은 이런 모양.

자세히 보면 나무쪽 하나하나에 세로로 홈을 파 놓았다, 벽돌 느낌으로...

그리고 어떤 나무쪽에는 7-80년대 집 창문에서 볼 수 있는 잠금장치를 박아놓았다.

서랍 앞의 잠금장치가 붙어있는 것도 있었다.

추억 속의 물건들이다.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예쁜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있고, 이런 작은 분수대도 있었다.

분수대의 아름다운 낡음이 꽃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날의 압권은 늦은 오후의 저 하늘...

Magic Hour라고 하기에 늦은 시간이었는데,

성큼성큼 밀려오는 어둠으로 하늘은 딱 Magic Hour의 하늘 그 자체였다.

정말 신비로운 분위기...

마침 하늘이 넓게 열린 언덕에 서 있던 터라 맘껏 감상하고 돌아왔다.

산중(?)의 캠퍼스라 선선한 저녁 바람 따라 물씬 풍기는 산냄새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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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들 2016. 5. 22. 21:31

 

3주 전 벚꽃이 흐드려졌던 곳은 이제 이렇게 녹음이 한창이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라 사진 찍기에는 좋았는데,

아침 햇살치고는 너무 따뜻해서 오후가 되면 뜨거울 줄 알아봤다.

역시나 오후에는 용광로...

사진 찍기에도, 걷기에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알아보기에도

너무 더웠다.

 

 

예쁘고 좋아서 내가 직접 누리고 싶은 것이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서 그저 바라보고만 싶은 것이 있다.

음... 나만 그런가...ㅎㅎㅎ

사범대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저 나무와 벤치가

내게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 따뜻해지는 그런 장소다.

앉아보면 그냥 벤치다.

특별히 좋을 것 없는 그냥 보통 벤치.

그런데 저렇게 햇살과 나무 그늘이 만들어 낸 묘한 무늬가 드리워진 벤치는

특별해진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내가 앉았을 때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때 더 마음 따뜻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특별한 벤치.

나중에 내가 다시 여기 올 일이 없어진다 해도

저 햇살과 나무 그늘 아래 저 벤치는 기억이 날 것 같다.

 

 

이 때 이미 햇살이 지글지글 수준이었다, 아침인데도.

그런데 그런 햇빛을 고스란히 받고 서 있는 저 두 아이를 보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저 옆에 그늘도 있고만

왜 하필이면 이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히 받고 서 있는지...

가을이면 곁에 가서 한번 앉아볼 텐데, 장난스럽게...

그러기엔 저 돌벤치도 너무 뜨거웠다.

 

 

중앙도서관 앞에 이렇게 오가는 차도 사람도 하나도 없는 순간이 있다니...

그냥 바라만 보기엔

나무도 너무 푸르고, 햇살도 너무 밝고, 하늘도 너무 맑았다.

모든 자연의 색들이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싱싱함을 뽐내는 것 같아

나라도 봐 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컷 담았다.

 

 

공대 건물의 외부 디자인도 참 마음에 드는데,

옆의 잔디밭에 이런 조형물도 있다.

조형물도 공대스러운...ㅎㅎㅎ 잘 어울린다.

저 조형물 주변에 하얀 클로버 꽃들이 무리지어 군데군데 피어있었는데,

그 꽃들과 뭔가 부조화스러우면서도 조화로워 보였다.

무생물의 차가운 금속과 예쁘고 따뜻한 느낌의 생명체인 꽃...

마치 전쟁과 평화, 죽음과 삶 같은 느낌...

 

 

이 날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끈 곳은 여기다.

인문대 사이의 중정 같은 곳.

따뜻한 햇빛도 있고,

벤치와 테이블도 있고,

등나무가 만들어준 그늘도 있고,

시원한 바람도 머리칼을 흐트러뜨릴 정도로 간간이 불었다.

영화 '위대한 유산'의 음수대 같은 분위기도 있고,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같은 느낌도 있는 곳.

그 두 영화와의 차이가 있다면

'위대한 유산'의 음수대보다는 따뜻하고

'언어의 정원'보다는 밝다는 것이다.

 

 

 

가끔 오가는 이만 있을 뿐, 이 좋은 장소를 나 혼자 누렸다.

이 날 한 메모를 옮겨본다.

'밖에 있고 싶었던 날.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산들산들 시원했다.

건물 안에 있기에 아까운 날씨여서

오전에는 내내 걸었다.

나는 머리속이 복잡해지면 무작정 걷게 되나 보다.

3주 정도 서울대에 오지 않았기에

그 새 달라진 경치를 구경하겠다고 걷기 시작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캠퍼스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하필 내가 가는 방향은 오르막길.

그 길을 왜 이렇게 해가 쨍쨍한 날 걷냐고...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도

하늘이 맑고 바람이 시원하고 햇빛이 따뜻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걷고 나니 뱃속이 허전해져서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인문대 앞 정원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싸 가지고 간 일거리들을 해결하고서야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역시 실내에는 건조한 에어컨 공기가 꽉 차 있었다.

밖에 바람이 얼마나 좋은데...

창은 다 닫은 채 텁텁한 에어컨 바람이라니...'

벌써 저 시간, 저 햇빛, 저 고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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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_0416_SNU_2

지나간 일들 2016. 4. 16. 22:03

 

 

가지에서 떨어진 꽃잎은 이렇게... 눈보다 곱게 쌓여 있었다.

예뻐서 쓸어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아침 햇살의 위엄...

별 볼 일 없는 장소인데,

밝고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니

앉아보고 싶은 자리로 보였다.

저기에 앉아 있으면 마음까지도 따뜻해질 것 같았다.

 

 

일주일 사이에 새 잎이 많이 나왔다.

연두빛 잎들이 딱 아가 손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뭐해... 오후에는 비가 왔다니까...

비가 오니 모든 잎과 꽃들이 그 반짝거리던 불을 확 꺼버리더라는...

마치 개점휴업같은...

비 그치면 다시 엽니다~하는...ㅎㅎㅎ

뭐, 비 좋아하는 나는 비 오는 풍경도 좋았다.

 

 3일째 3시간씩 잤던지라 오늘은 아침부터 눈의 초점이 잘 안 맞을 지경이었으나, 그래도 싸 가지고 간, 오늘의 일거리들을 다 해결하고 왔다. 다른 건 흐릿하게 보이는데 왜 일할 때는 선명하게 잘 보이는지...ㅠㅠ 그 덕분에 오후에는, 나오자마자 사 놓고는 읽을 짬을 못 내어서 쳐다보기만 하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 남한강편>도 반쯤 읽었다. 책이 너무 두툼해서 가져갈까 말까 싶었는데, 가져가길 잘 했다.

 잠이 부족하면 더 많이 먹는다고들 하는데, 나는 왜 입맛이 없는지 어제 저녁부터 밥을 잘 못 먹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배 고프다'가 아니라 '좀 더 자고 싶다'... 잠이 부족하긴 한가 보다. 깨자마자 드는 생각이 '자고 싶다'라니... 그랬는데, 점심 때 학관에서 식판을 싹 비우고 왔다. 나는 식판에 담아 먹어야 잘 먹나 보다...ㅎㅎㅎ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학관의 2,500원짜리 점심메뉴의 밥이 너무 많다고 남겼었는데, 오늘은 왠지 조금 적어보이더라는... (국물은 원래 잘 안 먹으니까) 국물만 남기고는 밥 한 톨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누가 나를 보고 있었다면, '설마 저걸 다 먹겠어?' 했다가 차근차근 다 먹는 것 보고는 '허걱~' 했을 것 같다. 국의 건더기 실하게 주는 학관의 2,500원짜리 점심메뉴, 마음에 든다.

 날씨가 계속 화창했더라면 일을 미루고 카메라 들고 뛰쳐나갔을 지도 모르는데, 내가 자리에 앉은 이후 점점 흐려져서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도 한번 안 가고 초집중해서 해치웠다는...  미루면 안 되는 일들이었는데, 해결하고 나니 나도 마음이 편하다. 그 덕분에 오늘 저녁에는 3배 더 숙면할 수 있을 것 같다. 3일 동안 못 잔 잠을 한번에...

 휴일 저녁이다. 그것도 비 오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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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들 2016. 4. 16. 21:24

 

 

오랜만에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전혀 비가 올 하늘이 아니어서 일기예보가 틀릴 줄 알았다.

벚꽃만 한가득이었던 지난 주와는 달리 꽃반잎반인 벚나무들,

밝은 아침햇살 아래 더 싱그럽게 보였다.

 

벚꽃은 빛을 받아 화사하게 반짝거리고,

그 사이사이의 연두빛 잎들은 여리여리하게 예뻤다.

이 풍경을 뒤로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워

조금이라도 더 누리려고 천천히 돌아가는 길로 걸었다.

 

 

인간이 만든다면 저런 색, 저런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오늘은 하늘색이 예뻐서 더 눈을 뗄 수가 없다.

같은 대상을 찍은 건데 지난 주의 회색톤과는 달리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

 

 

학생회관 옆의 라일락 세 그루 덕분에

비가 오니까 빗방울에서도 라일락 향기가 나는 것 같더라는...

저절로 심호흡 하게 만드는,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는 향기다.

라일락이 피는 딱 이 맘때만 누리는 호사...

 

 

그러나 요즘 일기예보는 너무 잘 맞는다...ㅠㅠ

집으로 돌아올 때의 풍경은 이랬다.

오랜만의 비라 싫지는 않았다.

게다가 비가 오니까 기침도 덜 나서 숨 쉬기가 한결 편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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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이 다 흑백사진 느낌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

하루종일 날이 흐렸다...ㅠㅠ

온교정에 봄에 필 수 있는 꽃들은 다 활짝 피어서 흐드러졌는데말이다.

 

 

 

벚꽃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학교 건물이 운치 있어 보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에 화사한 아름다움을 부여해 주는 계절인 것 같다, 봄은.

 

 

 

좌 벚꽃, 우 개나리.

참으로 바람직한 봄날의 풍경인데,

저리 덤덤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어제는...ㅠㅠ

 

 

오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인데도

쓸쓸해 보이지 않는 것은

건물 앞을 꽉 채운 봄꽃과 그 향기때문일 게다.

벚꽃 향기가 얼마나 그윽한지 어제 알았다.

 

 

맑은 날이었으면 벚꽃잎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반짝였을 텐데...

그냥 쳐다만 보기 아까운 풍경이라 자꾸만 셔터에 손이 갔다.

 

 

저 벚꽃이 반쯤 지고 그 자리를 연두빛 잎이 채우고,

왼쪽의 나무에도 연한 잎이 나오면

더 눈길이 갈 것 같다.

 

 

앞으로 몇 발짝 더 가면 이런 풍경.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서

다른 이들도 서로 사진 찍어주느라 바쁘더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은 다 같은 것 같다.

 

 

서울대 교정 내의 대부분의 벚나무들은

그 나이를 자랑하듯

가지의 뻗은 모양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제각기 독특하다.

정말 유니크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가지마다의 선들...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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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지나간 일들 2016. 3. 27. 17:16

 아이의 서울대 영재원 수업이 시작되었다. 입학식을 한 날 분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어제까지 벌써 두 번이나 수업을 했다.

 아이가 영재원에 가는 날 나는 뭘 해야 할까가 3월초 나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지금껏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적은 아이의 수학여행 때말고는 없었기에 갑자기 툭 떨어진 토요일의 긴 시간이 정말 황망했다. 아침에 서울대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왔다가 수업 후에 다시 데리러 가자니 길에 버리는 시간이 아깝고, 혼자 다니라고 하기에는 명분이 없었다. 내가 그 날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아이 혼자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다. 혼자 시간을 보낼 용기가 없기도 했다.

 최고의 답은 아이가 주겠구나 싶어 의견을 물어 본 결과, 영재원에 오가는 길에는 같이 다니면 좋겠단다. 작년에 학교에서 체험학습 나갈 때마다 혼자서 낯선 장소에서 그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기에 무조건 전적으로 아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영재원 수업이 있는 토요일은 5분 대기조로 쓰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아침에 아이랑 서울대학교에 같이 가서 수업 있는 건물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는 중앙도서관에 가서 내 할 일 하고, 수업 끝나면 만나서 같이 오는 걸로 영재원 수업 있는 토요일의 스케쥴을 정리했다. 점심은, 아이가 같은 분과 친구들과 어울려 먹게 되면 그렇게 하는 걸로,(이것이 아이를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그러나 만약 아이 혼자 먹어야 할 상황이면 나한테 연락해서 같이 먹는 걸로 결정했다. 어차피 나는 아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중앙도서관에 있을 것이니까... 그러면 그 날의 어느 순간에도 아이 혼자 외로움을 느낄 때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계산이다. 돌발적으로 생기는 상황에는 그때 그때 대처하기로...

 이러다 보니 한 달에 두세 번, 집 밖에서, 그것도 오랜만에 '대학교'라는 장소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토요일 하루 긴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집에 있으면 쉰다는 명분 아래 빈둥거리며 흘려보낼 시간이라 지금의 결정에 대해 후회는 없다. 5분 대기조로 아이 가까이에 있다가 아이가 필요로 할 때 바로 달려갈 수 있는 게 나도 마음 편하고,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 동안 나도 밀린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아이 보기에도 떳떳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낸다면 1년 동안 나도 뭔가 하나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이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은 셈...ㅎㅎㅎ

 수업 첫날에는 아이가 오전 수업을 하는 동안 식당들의 위치도 파악하고 지리를 익히려고 학교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오랜만에 대학교 캠퍼스를 걷자니 기분이 묘했다. 다시 20살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작년에 했던 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에서 하노라(최지우)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이제야 알겠더라는... 그때 그 드라마를 보면서는, 내가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런 일렁거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아마 그 때는 '남의 일'로 봐서 그랬나 보다. '나의 일'로 현실화되고 보니 걷다가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져서... 아,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면 일을 못 하는데...

 어찌 되었건 대학교에서 사 계절을 보낼 기회가 생겼으니,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일단 여기에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그러면 뭐라도 남기겠지 하는 강제적 의무감 부여의 의미가 있다...ㅎㅎㅎ 여기에 어떤 것들이 담길지 아직은 모르겠다. 엄청난 기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제 인생을 충실히 사는 시간 동안 나도 나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겠다는 다짐은 하고 있다. 이러면서 나도 자라겠지... 잘 하면 여기에 나의 성장의 과정도 담길 듯하다...ㅎ

어쨌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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