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음... 오랫동안 비워놓은 게 티가 난다. 여기에 안 오는 동안 휴면처리가 되어있었다는 걸 오늘 알았다...ㅠㅠ

다시 들락거릴 거야. 그 동안 외롭게 두어서 미안...

이유를 들자면,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난생 처음 겪는-남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팬데믹 상황에 초예민해져서 살다가 잠깐 정신줄을 놓았었나 보다. 그 틈을 비집고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그게 아마 5월 중순쯤... 다행히 내가 정신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는지, 그들이-남자 하나, 여자 하나였다.- 사칭한 AK몰 고객센터와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했기에 그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자임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기사에서나 읽던 그런 사기꾼들과 직접 통화를 하고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가장 소름끼쳤다. 다들 살기 힘들어 하는 이런 팬데믹 와중에도 보이스피싱으로 남의 돈을 갈취하려고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에 어이 없기도 했다. 나쁜 것들. 다행히 나는 기분말고는 손해본 것은 없었지만, 이 일로 인해 이 다락방에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뭘 쓰려고 해도 이 일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심적 충격이 컸나 보다...ㅠㅠ

다락방에 안 오는 동안, 고3 엄마로 충실하게 살았다. 원격수업하는 기간엔 뭘 먹여야 하나 고심하며 틈틈이 아이 공부하는 것 잔소리하고, 대입에 대한 자료 찾아 공부하고 뉴스 확인하고... 집 밖은 위험하니 가급적 외출을 삼가다 보니 장 보기도 주로 온라인으로 하고, 과일과 채소를 사야 할 때만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가게에 후다닥 다녀왔다. 그것도 열흘에 한 번이었다. 아이가 등교를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더 긴장 백배해 위생에 신경 썼다.

평소 교육부 장관이 누구인지 이름도 모르고 살아왔기에 아무리 이상한 결정을 내려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교육부 장관은 정말 싫어서 이름이 외워졌다. 하는 말마다 어찌나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지... 아무것도 책임지긴 싫으니 모든 구체적인 결정은 다 학교장 재량으로 돌려버리고, 플랜B가 없으니 수능은 절대 연기할 수 없고... 그럼 교육부 장관이 하는 일은 도대체 뭔지... 하필 이 엄중한 시기에 저런 사람이 결정권자라니...ㅠㅠ 30명이 넘는 인원이 책상 간격만 몇cm 더 띄운 채 하루종일 한 교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긴장감,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오는 호흡 곤란과 두통과 귀 아픔, 이런 것을 교육부 장관이 단 하루만이라도 꼬박 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겪어보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도 '고3 매일 등교'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지쳐서 두어 시간은 자야 했다. 하필 이런 시국에 고3인 아이가 안스러워서 눈물이 날 때가 많다. 

2학기 들어서도 고3은 매일 등교했는데, 하루 6-7교시 중 거의 대부분이 자습시간이라는 말을 듣고 학교의 처사에도 실망이 컸다. 다른 학년의 격주 등교로 빈 교실이 남는데도 30명이 넘는 학급인원을 분반하지 않을 때부터 이미 학교에 실망은 했지만... 학교생활하느라 버려지는 시간이 올해의 고3들에게 얼마나 금쪽같은지 정말 모르는 걸까. 입시때문이라면 필요한 학생만 학교에 부르고 고3 전체는 다른 학년들처럼 격주 원격수업을 하면 될 텐데... 결국 아이의 공교육 기간 12년 중 단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는 체험학습을 올해 2학기에 신청했다. 아이를 키우며 우리나라의 교육을 점점 더 신뢰하지 않게 되긴 했지만 올해는 정말 대실망이다. 교육부 장관과 학교의 콜라보가 이룬 결과다. feat. 코로나바이러스ㅠㅠ

보이스 피싱 사건 이후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쓰지 않으련다. 이 곳에 적느라 다시 생각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이 '끝까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올해가 갈 때까지 이 마음으로 버텨보려고 한다. 당장은 뭘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 와중에 얻은 게 있지 않을까. 

다음 일기엔 좋은 말들을 쓰고 싶다. 올해 집순이로 살면서 내 생활습관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쓸 일이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적기엔 맥락이 영 아니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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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