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얼마 전 아이의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그 다음 주는 원격수업이었다. 고3도 이제 격주 등교라는 학교의 알림을 받았으나, 그래봐야 수능 전 고3이 등교하는 주는 이번 주와 11월초의 한 주가 전부였다.

중간고사와 이어진 원격수업 후 등교한 첫날이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이번 주에 중간고사 답안지 확인도 해야 했고 고3용 학사일정들이 몰려 있었는데, 월요일 아침부터 11월에 등교하는 5일 모두 가정학습을 신청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나 보다. 담임교사가 11월에 가정학습을 신청할 학생의 수를 조사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하긴, 기말고사 범위는 교과서 전체라고 하며 자습만 시키는 교실 상황에 등교하겠다는 고3이 얼마나 있겠는가. 몇몇 어이 없는 담임교사의 대응이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아이네 학급에서 8명을 제외한 모두가 가정학습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이 아이가 수능 전에 마지막으로 등교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수능 전날, 수험표를 받으러 학교에 가긴 하지만 그건 수업일은 아니니까...

돌이켜 보면, 아이를 제도권 교육으로 들여보낸 뒤의 12년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강에 아이를 보내는 마음이었다. 매일매일이 그랬다. 아침마다 그랬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아슬아슬함이 더 심했다. 그래서 오늘, 하교한 아이가 담임교사의 분통 터지는-내가 보기엔 유치할 정도로 감정적인... 물론 내 아이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대응 때문에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말들을 다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12년 동안 고생했다고... 진심이다. 그 12년 동안 아이를 학교에 볼모로 보내는 심정을 참고 참아온 나도 고생했다.

이제 아이는 수능 전까지 오롯이 내게 맡겨졌다. 긴장된다. 하지만 학교에 보낼 때와 비교도 할 수 없게 마음이 편하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24시간을 함께 보내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기도 하다. 누가 아이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할까봐 불안해 할 필요 없이 나만 잘 하면 되니까... 한달여가 남았다. 잘 먹이고 잘 키워야지. 3년 동안 받은 상처, 다 아물도록 많이 쓰다듬어 주고 토닥거려 주어야지. 아자, 아자!!!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