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늘 겪는 감정들을 겪고 있다.
불안했다가...
막막했다가...
허무했다가...
갑자기 후두둑 슬퍼지기도 하는.
커피만 자꾸 마시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잠은 전보다 더 많이 자는,
그런데도 피곤한...
그런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야 저 감정의 도돌이표에 빠지지 않는데,
이 맘때라는 시기는 자꾸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기다.
어떻게 한 해를 살았는지,
그래서 지금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가격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아둔 채 망설이던 아이의 부츠며 바지들을
서둘러 결제했다, 강추위가 온다고 해서...
나부터가 추운 게 고통인 사람인지라 아이를 그 고통 속에 둘 수가 없었다.
어차피 살 거면 진작 사면 좋을 텐데,
가격표 앞에서는 늘 고민의 시간이 길다...ㅠㅠ
쑥쑥 크는 성장기의 어린이답게
부츠 크기는 260,
바지도 나와 허리둘레가 같다.
이미 가을부터
안 입는 내 티를 아이 옷을 두는 서랍장으로 옮겨놓았다.
그 대신 작아서 안 신는 아이 양말은 내 서랍장으로...ㅠㅠ
올해가 가면
작아서 안 입는 아이 옷을 내가 물려받아 입어야 할 것 같다.
추워지기 전에 한의원에도 다녀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낮잠부터 자야 하고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진작 마음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들은 말은
진료 갈 때마다 늘 듣는 말이면서 한편 다행스러운 말,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건강한데 성장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쓰여서 그러는 거라고...
그래서 이번에도 녹각 넣은 한약 한 재 지어와서 먹이고 있다.
누가 보면 한약은 네가 먹어야 한다고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르지만,
나는 잠이 보약인 사람인지라 충분히 잘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겨울방학만 기다리고 있다.
아이 앞에서 한번도 엄살 피워 본 적 없고 힘들다고 대놓고 말한 적 없는데,
내가 누워있으면 아이가 알아서 베개를 가져와 괴어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밥은 제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요, 그러면서...
엄마가 몸이 약하다는 걸 아는 눈치...ㅠㅠ
그걸 알게 된 후 참으로 마음이 복잡미묘했다.
엄마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걸 알고 아이가 불안해 하지는 않을지...
내가 보호해야 할 아이가 오히려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보는 일은 설레기도 하지만, 어깨 무거운 일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의 끝에는 항상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
잘 감당하게 해 주시겠지.
감당할 수 있도록 힘과 능력과 건강과 지혜를 주시겠지.
받은 것들에 감사하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기대하며 연말을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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