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파란만장한 일주일이 갔다.

 

아이에 대한 일이라면 나는 늘 용감하다.

다투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내 일에서는 늘 끝까지, 참을 수 있는 최대치까지 참는 편인데,

아이의 일에서는 적정선을 찾는 편이다.

요즘 아이들은 끝까지 참으면 호구인 줄 알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도 끝까지 참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네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네가 싫다고 했는데도 상대방이 그만두지 않으면

선생님께 말해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그랬는데도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내가 개입하는 수밖에...

갈등 앞에서 내 몫을 챙겨야 할 때 나는 아주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냉기를 뿜는다.

내가 의도하지는 않지만 그런 나의 태도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 갈등 상황에서는 끝까지 참는 편인데,

아이의 일에서는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학부모 생활 6년 동안 배웠다.

내가 보호해주지 못하면 담임선생님도 내 아이를 호구로 여길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너만 참으면 내가 할 일이 줄어드니 네가 참아라,

다수의 아이들이 옳지 않고 네가 옳은 상황이더라도

다수의 분위기가 그러하니 네가 참아라,

그래야 내가 편해진다...

이런 선생님이라면 부모 입장에서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치는 것이 귀찮다면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만 잘 봐 달라는 말이 아니다.

30명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살 수 있도록

옳고 그름을 가르치라는 말이다.

그게 선생님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가정에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호되게 아픈 뒤끝이라 기운은 딸렸지만

아이의 일이고 사안이 심각하여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부모로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여 내 의사 표시를 했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지켜보는 것...

그리고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걸 선생님도 느끼게 하는 것...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

 

앓은 이후로는 주말 동안 예배 드리고 오는 것 외에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일부러라도 쉬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기운이 다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오늘은

날씨도 찹찹하고 아이 기분 전환도 시켜줄 겸 해서

아이와 함께 숭실대에 다녀왔다.

아이네 학급이 조만간 숭실대 캠퍼스투어를 갈 예정인데

숭실대까지는 각자 알아서 가는 게 담임선생님 스타일이라

답사차 다녀온 것이다.

(아이 담임선생님 스타일이 그렇다.

학급 체험학습을 가도

아이들끼리 친해질 수 있게 조를 짜 준다든지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내버려두어도 아이들이 알아서 친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귀찮은 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는 마음의 크기만큼 이해도 되지 않는다.)

아이가 혼자서 찾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그대로 다녀왔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재어서 집에서 언제 출발해야 할지도 가늠해보고,

돌아올 때의 방법도 미리 생각해 놓고...

네가 상처 받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마음이고 몸이고 아프지 말고 씩씩해라 하는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마음은 강한데 몸은 아직 별로였나 보다.

집에 돌아와서는 세수도 못하고 바로 드러누웠다는...

그래도 저녁식사 생략하고 자고나니 다시 기운 회복...

또 혼자 저녁 챙겨먹은 아이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자, 아자!!! 기운 내야지.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거니까.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