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제목 그대로,

'그냥 쉴 걸...

딱히 뭘 해야 겠다는 조바심까지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겨워질 때까지 그냥 놀고 먹을 걸...'

하는 생각이 깊이 드는 밤이었다, 어젯밤.

 

다시 그 증상이 나타났다.

순식간이었다.

보통은 전조증상이 있어서

적어도 몇 초 전에 나는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조증상조차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 싫어서

술도 마시지 않는 내게

스스로도 감지 못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두려움일 수밖에...

아이 앞에서였다는 것은

미안함이다.

올해 들어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습,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너무 많이 보여주게 되어 미안하기 짝이 없다.

아이의 우려 섞인 눈빛에 깊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그래서 오늘부터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냥 쉬는 것'이다.

먹고... 놀고... 자고...

뭘 해야 한다는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쉬기로 했다.

뭘 해야 겠다는 생각들조차 지금의 내겐

스트레스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일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혼잣말이

'그러면...', '다음엔...'일 정도로 쉴 틈 없는 일상을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는, 바쁜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해져 버렸으니까...

그래도 이번 주만큼은 그냥 쉬기로 했다.

쉬엄쉬엄 일상의 흐름에 부유해 보기로 한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