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방학이라고 하지만

아이 발 깁스 후유증에,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업 두 개에,

게다가 날은 또 얼마나 추웠는지...

이래저래 통 나가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집순이인 나는 좋았지만

한창 돌아다니고 싶을 나이인 아이는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날마다 온찜질을 계속 하고 있는데도 깁스했던 부위가 아플 때가 있다고 하고,

매일 아침에 가야 하는 학교 영어캠프에, 2학기에 이어 계속 주1회 가는 학교 STEAM수업까지

아이 스케쥴이 바빠 답답해도 참으라고 하고는 모른 척했는데,

어제는 시내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가 늦어져서 가지 말자고 하니

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통곡을 했다.

이렇게 3주나 하는 줄 알았으면 영어캠프에 신청하지 않았을 거라는 둥,

꾸물거리지 말고 외출 준비를 좀 빨리 할걸 후회된다는 둥,

모든 게 후회된다는 이야기.

아이는 심각하게 엉엉 우는데 듣고 있노라니 나는 왜 이리 웃긴지...큭...

결국 춥긴 하지만 오늘 오후에 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작년부터 역사에 관심을 보이더니 요즘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몰입 중인 아이가

가기 원한 곳이다.

아직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볼거리가 다 깨끗해서 좋았고,

초등 고학년에게 딱 맞춤인 체험프로그램이 있어서 더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제 세상 만났으니 완전히 신이 났고,

4시간여를 관람하면서도 지루해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 만큼 모든 콘텐츠가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방으로 꾸며진 곳의 창 밖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침 놀이 지며 땅거미가 내려올 시각이라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퇴근시각의 정체에 섞이기 싫어 서둘러 돌아온다고 왔지만

겨울이라 해는 일찍 지고...

발목의 다친 부위가 조금 아프다던 아이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자리에 앉은 잠시 후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곤히 든 잠에서 강제로 깨야 하는 일이 제일 싫은 나로서는

잠든 아이를 깨우는 것도 그못지 않게 어려운 일.

역시나 아이는 내릴 곳에 거의 왔으니 깨어야 한다는 말에

짜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의 짜증을 확 날린 나의 다음 말은,

"우리, 저녁 먹고 들어갈까?"

아이는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하는데 집에 가도 저녁밥을 해야 하는 상황...

이럴 때에는 현실적으로 대처해야지.

우리가 둘 다 좋아하는 육계장우동과 사누끼우동, 오니기리로 둘 다 윈윈.

기분좋게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 발목 찜질.

오늘 어지간히 추웠어야지.

이렇게 하루가 기분 좋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캔 모서리에 손가락을 베며 제법 많은 양의 피를 보고 마무리하는 현실이라니...ㅠㅠ

뭐, 다른 게 다 좋았으니 쿨하게 넘어가겠어.

평범하나 평범치 않은 내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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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