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아이가 11월말에 다리에 반깁스한 지 2주만에 깁스를 했고,

그 깁스한 상태로 또 2주가 갔다.

꼬박 한 달을 불편한 다리로 학교-집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

그 속도 답답하겠지만,

그런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나도 우울함에 아무 일도 벌일 기력이 없었다는...

여느 해 같았으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울 시기였는데 그때 다리를 다쳐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트리는 박스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일이 바쁘기도 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오늘에서야 아이가 "트리는...?" 하는데,

이틀 보자고 먼지 쌓인 박스를 꺼내오고 트리를 세우고 장식하는 것이 귀찮아서

올해는 트리를 세우지 말자고 말했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의 아이는, 그러면 크리스마스날 쿠키라도 굽자고 한다.

그 정도는 해주어야 겠지...?

올해는 작년처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허둥지둥 준비하지 않으려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아이가 좋아할지 모르겠다...쩝.

요구사항이 워낙 없는 아이라 아이의 선물을 살 때가 가장 어렵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다녀간다는 사실은 못내 의심스러우나

다녀간 증거로 선물이 놓여있으니 안 믿을 수도 없어

늘 25일 아침이면 의혹에 찬 눈길을 내게 보내는 아이를 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머리는 똑똑한데 마음은 순진무구해서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아직 현존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슬슬 뭔가 의심스러운지 자꾸 이것저것 캐묻는데,

가장 비과학적인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하니 뚜렷이 밝혀지는 것은 없다.

끝까지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 뭘 사지, 고민할 수 있기를...

아이도, 나도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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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