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가 입고 다니는 다운 파카는 작년부터 입고 다니던 것.
다운 파카라는 말이 이제는 옛날 말 같지만
딱 엉덩이를 가리는 길이라 점퍼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파리라고 하기에는 허리 스트링이 없으니 그것도 아니고,
그래서 좀 구식 말 같아도 가장 적합하니 쓸 수밖에...
아이는 그 전에 입던 다운 사파리를 더 좋아했다.
후드 가장자리에 라쿤 털이 부슬부슬 달린 게 좋았던 건지,
아님 고동색에 허리 스트링이 들어간 그 스타일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정말 따뜻해서 좋았던 건지,
하여간 올해 번갈아 입을 수 있게 다운 파카를 하나 더 사야 겠다고 했을 때
아이는 그 다운 사파리와 번갈아 입으면 된다고 바로 말했었다.
내가 그건 벌써 2년 전에 입던 옷이어서 이제는 작아서 못 입는다고 하자
무척 아쉬워 하기도 했다.
왜 남자아이 옷은 모두 파란색, 아니면 남색, 아니면 검정색뿐인 걸까...
지금 입고 다니는 것이 파란색이라
그 색을 피하고 고르자니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들어 한참을 고심해야 했다.
게다가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이 워낙 확고한지라
(겉에 그림이나 글자,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도 안 되고,
색이 너무 눈에 띄어서도 안 되고,
길이가 너무 짧은 것도 안 되고 너무 길어도 안 된다...ㅠㅠ)
선택의 폭은 더 줄어들고...
다운이니 솜털 함량이 80% 이상은 되어야 하고...
하... 이러저러한 이유로 몇 가지 후보 중에서 고르다가 어제 드디어 주문을 했다.
이번에 산 것은 남색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조금 긴 것을 샀다.
교복 쟈켓 위에 입어야 하므로 사이즈는 한 치수 큰 것으로 샀다.
그야말로 딱 학교용.
가슴에 조그맣게 캐릭터가 있긴 한데, 그건 그냥 눈감아 달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안 그러면 이 겨울이 다 갈 때까지 못 고를 지도 몰라...
당장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오늘 그 새 옷을 받고 보니 내일부터 입혀서 보낼 생각에 마음이 얼마나 놓이는지...
이런 것이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아이에 대한 것은
작은 것 하나라도 그것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다 신경 쓰인다.
아이의 겨울 옷 장만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토피성 피부라 니트를 입으면 가려워 해서 겨울 상의로 면 100%짜리 두꺼운 티를 입는데,
올 겨울에 입을 것을 몇 벌 더 사야 한다는...
인터넷 세상에서 며칠 더 헤매야 할 듯하다.
아이의 겨울 옷 걱정을 하다보니, '아... 겨울이구나...' 싶다.
또 한 해가 갔구나 싶기도 하다.
올해는 참 길게 느껴진 해다.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그런 풍파를 다 헤쳐나와 무사히 한 해의 끝에 서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감사함으로 2015년을 마무리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좋은 일이 있었고,
어려움 가운데서도 주저앉지 않고 그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아이가 터득한 것 같아서다.
이것도 '엄마의 마음'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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