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벚나무가 드디어 꽃반잎반의 옷을 입은 완연한 봄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꽃반잎반.

그런데...

기침이 낫질 않는다.

밤에 특히 더 심해서 기침하는 나보다 듣는 이가 더 신경쓰일 지경...

감기 증상은 다 나아서

약국이나 병원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대로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몸 따뜻하게 하고

약국약만 먹으면서 낫기를 기다려보려고 했는데,

안 낫는다...ㅠㅠ

오늘은 낮에도 기침이 심해 안 되겠다 싶어서 퇴근길에 병원으로 직행했다.

그 아름다운 벚꽃길을 또 병원에 오가며 보아야 하다니...

뭐 이런 봄이냐 싶다.

천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갔는데,

다행히 알러지+미세먼지 때문이란다.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 환절기에 더 안 좋은데,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도 안 좋아 기침이 낫지 않는 거란다.

먼지 많은 일터의 환경도 한 몫 했을 테고,

목을 혹사해야 하는 직업 탓도 있을 게다.

아이 말대로 이제는 마이크를 써야 하는 건지...

기침 환자가 너무 많다고 혀를 끌끌 차는 의사선생님을 보니

요즘 나같은 사람이 많나 보다.

그럼 모든 죄는 환절기가 뒤집어쓰는 걸로~

결국 소염제 들어간 약을 다시 처방 받고, 네블라이저 치료까지 받고 왔다.

호흡기 치료 덕분인지 집에 오는 길에는 숨 쉬기가 한결 편안해졌다는...

그러나 마음은 무거웠다.

늘 환절기면 아프고,

특히 호흡기 질환은 해마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서울 공기는 더 안 좋아질 테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 테고...

그러면 점점 더 안 좋아질 텐데...

이러면서도 계속 서울에 살아야 하는지...

건강을 생각하면 공기 맑은 시골에서 살아야 하는 게 답인데...

생계를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고...

결국 서울에 사는 게 내 명줄 줄이면서 살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그 아름다운 벚꽃길을,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꽃반잎반의 벚꽃길을 걸으면서도 기분이 좋지가 않더라는...

아름다움을 눈 앞에 두고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래도 감기가 아니라니 다행이다.

그동안 아이나 일터의 주변 사람들에게 옮길까봐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

그냥 내 한 몸 아픈 게 마음은 편하다.

복잡한 마음이야 아픈 것 나으면 또 잊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세월 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약 먹고,

잠깐 자고 일어나야지 하고 누웠는데 4시간을 잤다.

나에게 '낮잠 잠깐'은 항상 4시간...

그게 내 수면 사이클인가 보다.

문제는 깬 게 기침이 심해서 깼다는...

자면서도 계속 콜록콜록 기침을 한 기억이 있다.

한번 먹은 걸로 놀라운 효과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시장통 약장사의 약은 아닌가 보다.

갑자기 믿음이 간다는...ㅎㅎㅎ

계속 약 잘 챙겨 먹고, 안 좋으면 병원 가서 호흡기 치료 받고

그러면서 환절기를 지내는 걸로 마음 먹어야 겠다.

 

몸도 무겁고 기분도 가라앉게 만드는 환절기, 얼른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번에도 이게 답일까...

봄은 짧으니까...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