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조금 일찍 퇴근하고자 했으나 오지랖이 발동하여
옆자리 동료 일 도와주다가 본의 아니게 정시 퇴근하는데...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 기분이 묘했다.
내일 이 시간 이 전철을 타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지각할까봐 연신 시계 보며 허둥거리는 아침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아이와 떨어져있는 시간 동안 아이 걱정하는 마음을 일로 애써 누르지 않고
맘껏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다음 해야 할 일을 당겨서 생각하며 쫓기는 일상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그저 멍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젠 있다는 사실...
이 모든 사실이 다 기쁘고 감사해서
'감사합니다, 모든 게 다 감사합니다.' 중얼거리며 기도하며 왔다.
여느 해와 같은 길이의 시간이 흘러갔을 텐데, 올해는 내겐 일 년이 두 번 지나간 것만 같다.
첫 번째 일 년,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고,
그 두 번째 일 년은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
땅에 떨어질 뻔한 나의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려 세워주시고,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곁에 보내주신 하나님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투덜거리지 못하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 주셨겠지, 생각하니 다 하게 되더라는...
올 한 해를 두 배의 길이로 느낀 만큼 감사함도 두 배다.
집에 오면 바로 잠부터 잘 것 같았는데,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말똥말똥해져 버렸다.
아이는 어제 방학식을 해서 오늘 내내 혼자 시간을 보내다
내가 퇴근해오고 나니 이제야 편안해졌는지 저녁이 다 되어 늦은 낮잠에 빠졌다.
두 끼를 혼자 먹게 한 게 안스러워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퇴근길에 사 온 코다리 조렸는데 계속 잔다. 그런데 못 깨우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아이에게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걸 아니까...
그냥 충분히 자게 두자, 밥이야 언제 깨더라도 그때 먹으면 되지, 싶다.
이렇게 지금 이 시간처럼
아이와 함께 따뜻하고 평온하고 넉넉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다 내어맡기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같이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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