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올해 들어 눈이 아픈 날들이 늘었고,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답답한 순간도 늘었었다. 작년보다 컴퓨터 작업도 많이 하지 않고 서류도 많이 보지 않는데... 공기가 안 좋아 안구건조증과 알러지성 결막염이 심해진 탓일 거라 생각하고 불편함을 참고 지냈는데, 이제 도저히 더 버틸 수 없어서 모처럼 쉬는 날 안과에 갔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건 맞는데, 시력이나 눈의 상태는 2월에 검사했을 때와 같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선명하지 않은 건지.. ㅠㅠ 시력이 안경을 써야 할 정도는 아니니 정 불편하면 쓰라고 했지만, 테스트용 안경을 썼을 때의 그 선명한 시야는 외면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안경처방전을 들고 안과를 나서니 안경은 어디에서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평생 안경을 써 봤어야 말이지... 안과 근처의 안경원 두 군데 중 좀 더 오래되어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안경테를 골라야 했는데, 비싼 걸 강권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고를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해서 수십 개를 써 본 후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었다. 남들이 흔히 쓰는 검정색이나 갈색 안경테는 내가 쓰니 딱 기숙사 사감이어서 패스, 금속 테는 약간 할머니 같아 보여서 패스, 붉은 기가 들어간 둥근 안경테가 썼을 때 그나마 안경 쓰기 전의 얼굴과 비슷한 분위기여서 골랐다.
렌즈 가공을 빨리 해 줘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완성된 안경을 받을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의 문자를 보는 용도로만 쓰고, 멀리 있는 글자는 맨 눈으로 볼 때보다 흐릿하게 보이니 안경을 쓰고 일어나거나 돌아다니지 말라는 주의사항도 귀담아 듣고 나왔다. 당장은 가까이의 글자가 이전처럼 선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이 기쁘고, 내가 안경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길에서 안경 쓴 모습의 사진도 찍었다는...
아이가 안경 쓴 내 모습을 너무 낯설어 하면 어쩌나 했는데, 테를 잘 골랐는지 안경 쓰기 전의 얼굴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해서 그것도 다행이다. 안경 쓰고 한참 서류를 보다가 벗고 나면 멀미 하는 것마냥 울렁거림이 있긴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 것일 거라 생각하고 적응해 보려고 한다. 안과 의사 말처럼 인공누액도 자주 넣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눈 찜질도 자주 해야 할 텐데, 자신을 위한 '자주'는 왜 이리도 어려운 일인지...ㅠㅠ 몸 여기저기를 돌보아야 하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나 보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