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쓰고 싶다가, 아니야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가, 다시 쓰고 싶었다가 하는 그런 나날이었다. 추위는 풀렸는데 나갈 수 없는 나날, '오늘은...' 하며 희망을 품었다가 뉴스를 보고는 조용히 희망을 내려놓는 그런 나날, 하루하루가 버티는 나날이 되어버린 게 언제부턴지 이제는 모르겠다. 이번 주부터는 뭘 미루지 말고 그냥 그때 그때 내 일상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주춤거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나의 소중한 인생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기온이 올라가는 낮 동안에 창을 열어놓고 지내기 시작했다. 나가지 못하는 대신 바깥 공기라도 맡고 싶어서, 그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이 하늘이 이렇게 푸르고 계절이 이렇게 좋은데, 흉흉한 소식만 들려오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마치 전쟁이 터진 듯한 현실 속에서 기분 전환 삼아 본 드라마가 시선을 끈다. 따뜻하고 온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굿나잇 책방이, 그보다 먼저는 내 귀가 단번에 알아챈 곽진언의 노래가, 수줍은 가운데 진심이 녹아있는 은섭의 책방일지가 내 마음을 끌었다. 일기를 써 보자는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킨 게 바로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 클럽 회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은섭의 책방일지였으니...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불안, 초조함 등으로 점철된 이 현실을 버텨보려고 한다. 은섭과 해원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설레어 하기도 하고, 은섭의 책방일지를 듣고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보려고 한다. 해원이 한동안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내가 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해에 대한 해원의 생각도 나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목해원 그녀도 눈여겨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현실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꿈을 꾸어보려고 한다.

예전에 누군가의 질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나쁜 일은 물론이고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밋밋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었는데,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요즘은 더하다. 외출은커녕 현관문 밖조차 나가지 않는 요즘, 일어날 때, 잠들 때마다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러다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스르르 1월 20일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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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