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일 주일만에 현관문 밖에 나갔다 왔다. 비어가는 냉장고를 채우는 것이 시급해서다. 지금의 상황을 보건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외출할 일이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하는 게 제일 낫다는 게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켜보며 한 생각이다.

뉴스에서는 시시각각 긴급하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는데, 지난 주말만 해도 인근 학교 운동장에선 조기축구회의 축구하는 소리가 여느 때처럼 하루종일 들렸고, 어제까지도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도 들렸고, 건물 내 다른 집 사람들이 들고 나는 소리도 계속 들렸다. 나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바보같이 이렇게 조심조심하면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다들 뉴스 내용은 아랑곳없이 바깥에서 평소처럼 돌아다니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

사와야 하는 것들이 다 신선도를 따져야 할 식재료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 내 마트만 다녀오기로 했다. 당연히 마스크를 먼저 하고, 일 주일 전과 달리 오늘은 안경도 쓰고 외투의 후드도 푹 눌러쓰고 장갑도 꼈다. 바깥으로 노출되는 부분이 최소한이 되도록 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비가 오는 탓인지 길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안 쓴 사람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자신은 안 써도 된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못 쓴 걸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테니 필요한 식재료만 얼른 사가지고 나오자는 계획으로 간 건데, 그러기엔 마트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뭐지, 이 모습은...? 다들 나처럼 장 보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어서 일 주일만에 나온 사람들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식재료를 고르는 손길이 여유로워 보였고, 오고 가며 몸이 닿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 보여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필요한 것들을 얼른 집어서 계산대로 갔는데 거기에도 줄이...ㅠㅠ 사람들은, 확진자와 말 한 마디 없이 1-2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인데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지금의 이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듯 어서 이 상황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말들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인 지금의 이 현실이 주는 압박감때문에 이번 주 들어 좀 더 답답했기에, 후다닥 장보기라도 하고 오면 조금 시원해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의협에서도 다음 주 1주일은 휴가를 내서라도 모두가 집에 머물자고 제안할 정도인데... 다 같이 합심해서 이 심각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면 좋겠는데, 다들 내 마음같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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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