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워낙에 집순이인지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한 번 나갈 일 있을 때 모든 바깥일을 다 해결하고 들어온다. 두통이 한 번 휘몰아치고 지나간 후가 주말이었다. 모처럼 두통도 사라지고 그래서 도서관에도 다녀오고 장도 보고, 주일에는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예배도 드리고 오고 그랬다. 그 때까진 괜찮았는데, 다음 날 다시 시작된 두통... 근육통과 콧물, 오한이 같이 몰려왔다, 하필 이 어수선한 시기에... 병원에 가자니 열이 나는 것 같지 않아서 타이레놀 콜드와 타이레놀 이알을 증상에 맞게 먹어가며 버티고 있었다. 밖에 나갔다가는 바이러스만 뭍혀올 것 같아서 집에서만 있었지만, 아이가 겨울방학이 끝나 등교를 해야 하는 시기였기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먹이고 등교 준비 해서 학교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어찌어찌 앉아서 하루를 보내게 되곤 했다. 그랬더니 아픈 데다가 수면 부족까지 겹친 탓인지 종업식 날인 어제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는 그냥 드러누워 버렸다. 두통이 심해 속이 울렁거려 뭘 먹을 수도 없었다. 

학교에 가긴 했지만 1시간 후 하교한 아이는 다행히 스스로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아, 내가 챙겨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점심도 마다하고 누워 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이가 매실청 넣은 뜨거운 차를 만들어 왔다. 그걸 두 컵 마시고서 울렁증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쿡쿡 쑤시는 두통 때문에 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몸이 하자는 대로 잠만 잤다. 무슨 잠이 그렇게 오는지... 두통이 심하니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는... 약을 먹어도 어차피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약도 안 먹고 그저 생으로 앓으며 잤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난 게 오늘 아침이었다. 두통이 있긴 하지만 어제보다는 덜한 것 같아 느즈막히 일어나 커피 물부터 끓였다, 오늘의 두통은 카페인이 들어가면 나을 것 같아서...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야 늦었지만, 학교생활 1년을 또 한 번 무사히 끝낸 아이에게 고생했다고 등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식사 준비를 하며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자니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가는 카페인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조금씩 기운이 났다. 일어나야지, 나는 엄마니까, 하는 생각도 날 움직이게 했다. 아이는 내가 일어나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나 보다. 미안하다, 자주 아파서...ㅠㅠ 오늘은 두통이 좀 가라앉은 대신 목이 아프다. 아무래도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내 몸 여기저기에서 활개치고 있나 보다. 독감도 이겨낸 나의 면역력아, 고개를 들라~

도서관에도 가고 싶고, 장도 보러 가고 싶고, 동네 맛집에 김밥도 사러 가고 싶고 꽈배기도 사러 가고 싶다. 오늘처럼 하늘이 푸르고 덜 추운 날에는 산책도 가고 싶다. 나쁜 바이러스들, 얼른 사라지면 좋겠다. 할 일 많단 말이다~

 

p.s.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처음으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씨의 살신성인이 헛되지 않게 이 난리가 얼른 해결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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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