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은 흐트러졌고, 연초에 했던 다짐은 이미 깨졌다. 마음 깊이에 숨겨놓은 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만약 내가...', '만약 아이가...'로 시작하는 내 불안의 크기는 적어도 아이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다. 그걸 알면 아이도 불안해 할 테니까... 아까 '올해 수능도 바뀌는데 개학 3주 연기라니, 대입 일정은 변동이 없을지... 이래저래 2002년생은 실험용 쥐냐?'하는 댓글을 아이와 함께 읽고는 둘 다 공감하며 웃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불안의 덩어리에 1을 보탰다. 이 맘때가 되면 아이의 새 학년, 새 반은 늘 내 두근거림의 분량을 제곱해 버리곤 하는데, 올해는 거기에 새로운 분량이 더해진 것... 이번에도 역시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안을 잊기 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일상을 되찾아야 할 텐데, 밤은 늘 달콤하고 새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어둠 속에 깨어 있는 시간이 이리 좋은 걸 보면 나의 밤낮은 이미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 그 시간, 마침 사람들도 덜 나오는 시간이니 바깥공기 마시며 산책이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흐트러져 버린 일상이 그 산책으로 인해 오히려 돌아오지 않을까.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담담한 일상을 평온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비록 어둠 속에 깨어 있는 시간이 좋을지라도. 다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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