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아이,
조금 전에 민율이가 심부름 가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슈퍼에 다녀오고 싶단다.
그래서 슈퍼에 갔다.
이 쯤에서 실토하자면, 나는 아이에게 바깥 심부름을 안 시키는 엄마다...ㅠㅠ
내가 어릴 때 하도 많이 해서 너무 싫고 힘들어서 아이에게는 안 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하니 혼자 가게에 다녀오다가 이상한 일을 겪을까 싶어 염려스럽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은 내가 가능한 시간에 다 사다 놓으니 굳이 시킬 필요가 없기도 해서 그랬다.
저번 집에서는 집 바로 앞에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친구들 심부름 다녀 온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너무 해 보고 싶었던 아이가 혼자 다녀오겠다고 해서
그 구멍가게로 심부름을 몇 번 보냈었다.
자기가 먹고 싶어하는 아이스크림 정도 사 오는 거라 심부름이라 하기도 뭣한 심부름이었지만,
그나마도 집 베란다에서 아이가 오고 가는 것이 훤히 보이는지라 보낸 것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혼자 가서 뭘 사왔다는 것을 무척 뿌듯해 했다.
헉... 아이가 벌써 돌아왔다.
지금은 집에서 슈퍼에 가자면 제법 큰 시장을 통과해서 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오늘 아이가 사 오겠다고 한 품목은 라면 두 종류, 음료수 두 종류, 과자.
아이 성격에 맞게(?) 살 것을 꼼꼼히 적고 '현금영수증 주세요'라는 말도 적은 종이를 들고 다녀 온
자발성 심부름길...^^;;
5분 이상 가는 거리를 혼자 가서 뭘 살지 결정하고 계산하고 그런 적이 없으니 낯선 경험이어서
아마 무척 서둘러 사 온 것 같다.
아이의 소감은 조금 무서웠단다.
늘 엄마가 곁에 있었으니 바깥에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을 것 같다.
그러나
자기가 사겠다고 적어간 품목을 다 사왔고,
미션처럼 시켰던(^^::) 현금영수증 처리도 다 해왔고,
가격비교도 다 해서 살 물건을 골랐고, 유통기한도 확인했다니
그 정도면 됐지,뭐...
아이는 하루하루 자란다.
스스로 자라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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