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다시 편두통이다. 오랜만이다.

그 동안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명절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다시 그 평정심에 금이 가고 있는 듯하다.

뭐하러 벌써부터 당겨서 불안해 하는지...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마음에는 이미 불안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덮이고 있다는 것이겠지.

오랜만의 증상들이다.

으슬으슬 떨리고, 왼쪽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여기까지면 참고 버틸 텐데 두통때문에 토할 것 같고 신물이 올라오기까지...

뭐, 다 예전에 겪었던 증상들이라 낯설지는 않다.

쉬는 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었기에 오랜만에 아프려니 그래서 더 고통스럽게 느끼는 것이겠지.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타이레놀 콜드의 힘을 빌린다. 왜 해 지고 나면 더 아픈 것 같은지...

약을 먼저 먹고... 급하니까...

밥도 억지로 먹었다. 토할 것 같지만 먹어야 힘을 내니까... 조금이라도 꼭꼭 씹어서 먹었다.

평소처럼 아이와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흘린다.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혹시 내가 좀 예민하게 굴더라도, 아니면 말이 적어지더라도 봐 달라는...

그렇게 시간이 가서 약기운을 퍼지기를 기다리니 나아지고 있다.

뭐든 시간이 약이다.

약을 먹는다고 바로 아픈 기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약을 먹었어도 약기운이 퍼질 시간은 필요하니까...

이 불안도 약기운처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가서 그 날이 지나고 나면 나을 것이다.

두통의 원인을 알면서도 피해가지 못하는 건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불안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시간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