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바쁠 일이 없던 이번 주가 얼마나 바빴는지...

그래도 잘 처리해서 얼마나 뿌듯한지...^^;;;

내가 하는 게 당연한 '내 업무'인데

여러 사람에게 능력있다는 칭찬을 듣고 보니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잘 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다.

 

한 학기 동안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오늘에서야 하나씩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냈구나...

다 처음 해 보는 일들이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일들이었는데,

하나도 남에게 미루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잘 해냈구나...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살았어.

아무도 그걸 모르더라도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이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 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그런 날에도 나는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내려 또박또박 일터에 출근했다.

지각 한번, 결근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만은

가끔은 멀리 가고 싶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고 내 자리를 잘 지켰다는 것에

잘 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아이가 있으니까...

절대지지의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는 아이의 눈이 있으니까...

항상 곁에서 지지해 줄 것을 믿고 의지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있으니까...

 

올해 아이의 학교생활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실전편'을 방불케 했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아이들은 어찌나 거친지

욕도 안 하고 맞받아 치지도 못하는 아이는 동네북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그런 거친 아이들을 지도할 의욕이 제로인 교사까지...

아이의 학교는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그런 학교에 아침마다 아이를 보내는 마음이 어찌나 불안하던지

어서 빨리 시간이 가서 방학이 오기를 고대할 수밖에...

자기보다 내가 더 여름방학을 기다렸다는 것을

아이는 모를 것이다.

아이 때문에 마음 졸였던 시간을 생각하면

길고도 긴 한 학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늘부터 아이네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그런 전쟁터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생활을 잘 꾸려온 아이가

기특하고 더없이 고맙다.

나무랄 것 없는 성적과 칭찬이 가득한 통지표는

내 기쁨과 감사의 원천이다, 늘 그렇듯이...

이렇게

나보다 더 열심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아이가 있기에

나도 게으르게 살 수 없는 것이다.

아이보다 못한 엄마가 되면 안 되니까...

 

이번 여름방학 동안

아이도, 나도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고,

그 가운데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잘 포착하여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고,

우리의 관계가 더욱 더 돈독해지면 좋겠다.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라는, 그런 방학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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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