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여름날 풍경2

찍고 보고... 2014. 6. 21. 21:02

 

6월초 선거한 날, 오후에 관악산 둘레길을 걸었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오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 관악산.

이제는 둘레길이 생겨서 정상 등극의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스 방향을 반대로 잡아

계속 오르막 계단이 이어지는 고행이...ㅠㅠ

맑은 하늘과 저절로 심호흡 하게 만드는 싸한 숲 냄새 덕분에

5km를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둘레길의 거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초대형 야생버찌나무는

그날의 디저트였다.

 

병든 소나무를 잘라놓은 것 같았는데,

비 온 후라 그랬는지 나이테의 모양이 유난히 선명했다.

 

이 아이는 24까지 세다가 포기했다.

이렇게 동글동글한 문양이 겹친 것은

세다 보면 내 눈이 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아서

속이 울렁거린다...ㅠㅠ

 

이 날의 둘레길 트레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바로 여기.

둘레길이 거의 끝날 시점,

수풀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였는데...

눈 앞에 이렇게 장대처럼 끝도 안 보이게 뻗은 나무들이 있었다.

순간...

북미나 캐나다 어느 산간마을에 온 줄 알았다.

이 숲 속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우러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숲이 나를 품에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발 디디고 살아야 할 곳은

저기 저 번잡한 세상 속...ㅠ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던 숲이었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