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선거한 날, 오후에 관악산 둘레길을 걸었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오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 관악산.
이제는 둘레길이 생겨서 정상 등극의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스 방향을 반대로 잡아
계속 오르막 계단이 이어지는 고행이...ㅠㅠ
맑은 하늘과 저절로 심호흡 하게 만드는 싸한 숲 냄새 덕분에
5km를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둘레길의 거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초대형 야생버찌나무는
그날의 디저트였다.
병든 소나무를 잘라놓은 것 같았는데,
비 온 후라 그랬는지 나이테의 모양이 유난히 선명했다.
이 아이는 24까지 세다가 포기했다.
이렇게 동글동글한 문양이 겹친 것은
세다 보면 내 눈이 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아서
속이 울렁거린다...ㅠㅠ
이 날의 둘레길 트레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바로 여기.
둘레길이 거의 끝날 시점,
수풀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였는데...
눈 앞에 이렇게 장대처럼 끝도 안 보이게 뻗은 나무들이 있었다.
순간...
북미나 캐나다 어느 산간마을에 온 줄 알았다.
이 숲 속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우러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숲이 나를 품에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발 디디고 살아야 할 곳은
저기 저 번잡한 세상 속...ㅠ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던 숲이었다.
'찍고 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어당을 보러 덕수궁에 가다. (0) | 2014.09.14 |
---|---|
춘천 소양강댐 팔각정에서 소양호를 보다. (0) | 2014.09.14 |
춘천 실레마을에서 밤을 만나다. (0) | 2014.09.14 |
여름날 풍경1 (0) | 2014.06.21 |
봄인가? 여름 같네. (0) | 2014.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