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3일 동안의 연휴를 위해
어제 7시 넘어서까지 남아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는...
이 3일 동안의 연휴를 아이와 오롯이 보내기 위해
실은 이번 주 내내 눈 코 뜰 새 없이 일만 열심히 했다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어제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때는 점심시간밖에 없었다.
어제 집에 들어와 아이와 저녁을 먹고 나니
몸이 '물 먹은 목화솜' 그 자체였다.
너무 몰입해서 기를 쓰고 일 했나 보다...ㅠㅠ
엊그제 산 '아빠의 수학여행'을 읽으면서
'아... 재밌다... 더 읽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시를 가리키는 시계 바늘을 본 게 깨어 있을 때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심지어 그 책을 읽기 전에 진한 커피도 한 잔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닥에 등을 대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어제 아이의 말이,
이번 주토요일에 한강공원에서 불꽃축제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불꽃축제를 하던 토요일에 일을 하러 일터에 갔었다.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아이와 함께 갔기에
처음의 계획은, 일을 오전 중에 끝내고 아이와 나들이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일이 많아 결국 오후 2시가 넘어서 일을 마무리했고,
가까이의 샤브샤브집에서 아이와 늦은 점심을 천천히 먹고 나와 아이 옷 쇼핑을 하고 나니
불꽃축제를 보러 가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날 생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불꽃을 보았다.
어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왔으면 올해도 같은 일정이 반복되었을 텐데,
3일 동안 아이와 함께 뒹굴거리기 위해,
집에 일거리를 가져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럴 마음을 먹은 데에는 엊그제 아이네 담임선생님과 한 상담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네 반이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기만 지적을 당하는 것 같다는 아이가
엄마가 공개수업에 꼭 오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마침 외부 출장이 있는 날이라 공개수업에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냈다.
아이가 그렇게까지 말할 때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4월초 상담주간에 만난 아이네 담임선생님에 대한 나의 느낌은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이유가 모두 외동아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혼자 자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하나만 낳았느냐고, 둘은 있어야 아이의 정서에 좋다고...
아이의 개인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저절로 반감이 드는 말씀이었다.
아이와 관련된 나의 모든 말씀에 선생님의 답은 '외동아이여서 그렇다'여서
더 길게 상담을 할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조용하게 고집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이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서둘러 상담을 마무리하고 돌아왔었다.
그러니 2학기 상담주간 가정통신문을 받았을 때 상담을 신청할 이유가 없었다.
그 선생님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고,
선생님이 짜 놓은 틀 안에 맞지 않는 내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테니,
가 봤자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마음만 안고 돌아오게 될 테니까...
그래서 이번 공개수업도 참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원하니까 갔다.
수업이 다 끝나고 참관록을 전해주러 잠깐 선생님께 다가갔을 때,
선생님께서 나를 잡았다.
2학기에 꼭 상담을 하고 싶었는데 잘 왔다면서...
유희왕과 카드놀이에 빠져있는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
수업시간에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를 지적하는 것이 내 아이의 문제라고 했다.
내 아이에게 지적을 당한 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며 선생님께 하소연을 한다는 것...
모둠을 새로 정할 때가 되었는데 그래서 내 아이와 누구를 같은 모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꾀 부리지 않고 성실히 하고,
그렇지 않은 다른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씀을 듣노라니
기가 막혔다.
그러면서 요 근래 들어 아이에게 몇 번 이야기를 한 것은 야단친 것이 아니라 상담을 한 것이란다.
아이는 선생님이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해서 꾸중을 들은 기분이었고,
대답을 선뜻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나에게 말했었는데... 이 점도 '헐...'이다.
내가 곁에 있으니 용기가 났는지 아이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은 것 같았다'고 정직하게 말하니,
아이가 대놓고 그렇게 말할 줄 몰랐는지 선생님이 당황한 기색을 보인 걸 봤을 때,
선생님이 딱딱하게 말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아이가,
모둠으로 앉지 말고 개인별로 앉으면 좋겠다고 하자
그러면 수업 분위기가 너무 소란스러워져서 안 된단다.
그러면
모둠 점수를 깎아먹는,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에게 말할 필요 없게
차라리 자신은 혼자 앉겠다고 하자
그것도 뭐라고 한다.
가만히 보자니 선생님이 원하는 틀에 맞추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생활 6년 내내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은 그 한 가지였다.
자신이 만든 틀에 맞추라는 것...
심지어는 그 틀이 잘못된 것이어도 거기에 맞추기를 원했다.
조금만 그 틀을 삐져나가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서 쪼아댔다.
이 선생님도
내가 우리 학교에서는 카드 가져오는 것 자체가 규정위반이라고,
아이들이 돈을 걸고 하기도 하고 카드놀이가 싸움의 발단이 될 수 있어서 못하게 한다고 했더니,
그게 왜 규정위반이냐고 했다.
자신의 틀에 안 맞으면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
그러면서 나중에는 아이를 내보내고 나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그게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게 사실이 아님을 설명했다.
나중에 집으로 오면서
선생님이 단 둘이 있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이가 묻길래
사실대로 말했더니 아이가 펄쩍 뛰었다,
자신과 아이들과의 관계는 학교 안에서의 문제일 뿐인데
선생님은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너희 선생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틀에 맞지 않으면 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그러니 너도 앞으로는 다른 아이들이 싫어할 말은 절대로 안 하는 게 좋다고...
네가 보기에 잘못되었다 싶어도 그들의 인생이니 참견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네가 그 아이들에게 지적하는 말만 안 해도 선생님은 네가 좋아졌다고 말할 거라고...
선생님이 원하는 게 그것이니까...
한국의 학교에 정 떨어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상담 이후로 외국으로 확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다.
아이들의 개별화 교육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 우리나라 교육이고,
아래로든 위로든 삐져나가지 않아야 칭찬을 듣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이 체제 속에서 버틸 수 있을까...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운 날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걱정되는 것이 아이였다.
그런 편견 가득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그로 인한 분노를 생각하니,
과연 이대로 두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열심히 하고 잘 해도 문제라 하는 현실이라니...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보내야 하는 현실이 미안하기 짝이 없었고...
'아이를 위해 내가 뭘 해야 할까?'가 그 날 이후 내 머릿속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리고 무조건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것.
우리는 그 선생님에게 맞추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
기도하면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이런 인생의 고민거리들에 비하면
일터에서의 일이란 참으로 별것 아닌 것 아닌가...
우리의 소중한 이 3일의 시간을 알차게 놀면서 행복하게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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