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작년에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덕분에 올해에는 마음이 좀 느긋했다.

이미 산출물대회에서 김이 한번 빠지기도 했고,

끝까지 적응 안 되는 초등의 시스템에서 마음이 떠나기도 했기에 그랬을 듯...

오늘도 역시...

수료식의 모든 순서가 다 끝났는데도 통지표를 안 주어서 아이가 선생님께 문의했고,

그제서야 아차차 하며 바빠지는 선생님들... 잊은 게지... 늘 이런 식...

뭐, 어떻든 수료증에 기념품, 통지표까지 받고 1년의 영재원 과정을 끝냈다.

엄마로서 나의 소회는...

합리적이지 않고, 정확하지도 않고, 늘 계획과 평가가 따로여서 답답했던 영재원을,

그래도 꾹 참고 2년이나 다닌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무한대이다.

예전에는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인성도 좋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자기 잘 난 것만 알아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면서,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한 잘못은 잊은 채 상대방이 자기에게 한 언행만 문제 삼는,

참으로 안 좋은 방향으로 선별적인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들이 영재원에 많다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인성, 예의는 제쳐놓고 공부만 주입한 결과다.

같은 조로 묶여 산출물대회를 준비하면서 몇 개월 동안 만나 서로 너무나도 구면인데도

내가 먼저 '안녕? 잘 지냈니?' 해도 '안녕하세요?'조차 할 줄 모르는 아이들...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게 영재는 무슨...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아울러 본전 생각이 났다.

저 아이들 때문에 산출물대회에서 우리가 힘들었던 것, 상 못 받은 것까지...

영재원 생활이 정글 생활못지 않았으니,

저 아이들 사이에서 물들지 않고 내 아이가 2년을 잘 버틴 것이 기특할 수밖에...

올해 통지표의 선생님 평가란에는 아이의 뛰어난 점을 칭찬하는 문장 일색이라

아이에게 더 고마운 마음 가득이다.

아이 뒤 따라가기만도 버거워 늘 허덕이는 나한테 어떻게 이런 선물이 주어졌는지,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아이의 인생을 통해 펼쳐질 하나님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돕는 엄마, 섬기는 엄마로 나의 소명을 다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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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