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드문드문 보던 드라마 '신의'가 끝났다.

중간에는 몇 번 안 보더라도 마지막회는 챙겨보는 것이

드라마 보는 나의 스타일인데,

'신의'는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그만

너무나 쓸쓸해져 버리고 말았다.

어쨌거나 유은수와 최영, 사랑하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났으니

분명 해피엔딩이건만 왜 이토록 쓸쓸한 건지...

천혈을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민왕시대와 현대를 오고갔건만

결국 최영을 만나기 100년 전으로 떨어져버린 유은수의 그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만이

내게 남아버렸나 보다.

간절함은 기적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다...

최영을 향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결국 그녀를 최영에게로 이끈 걸까,

잊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를 기억하기로 한 최영, 그의 기억이 그녀를 이끈 걸까,

결국 기적처럼 둘이 만나게 된 장면에서도

내 머릿속에는 얼어붙은 최영과

그런 그를 두고 천혈로 빨려들어가 버린 유은수,

어느 시대로 가게 될지 모르면서도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현대에서 다시 천혈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었다.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이란 이토록 잠깐일 뿐인데

왜 다들 그토록 악다구니를 하면서 앞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지...

그렇게 달려가봤자 결국 남보다 빨리 끝에 도착하는 일밖에 없는 게 인생인데...

집과 일터를 오가면서 발끝만 바라보며 사는 내 인생이 갑자기 와락

쓸쓸해져 버렸다.

그깟 드라마 하나에 뭐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 물론 들지만

감정이란 것이 이성에 따라 고분고분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며칠 심란할 것 같은 느낌...흠...

하지만, 뭐, 이내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두어보기로 한다.

이것도 가을이라는 증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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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