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같이 일했던 동갑내기 동료를 얼마 전에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둘 다 이야기 나눌 상대가 필요했던지 식사는 뒷전이고 음식점 문 닫을 때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워낙에 에너자이저인 그 동료의 말이,
올해 들어 자기가 의욕도 예년만 못하고, 실수가 잦고,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할 때가 많고, 그런 자신이 참 싫단다.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럴 때가 되었다.'였다.
전에 신문에서 보니 인생에는 사춘기만 있는 게 아니라 '사추기'도 있단다.
증상은 동료가 말한 딱 그 증상.
나에게 작년부터 찾아온 증상과 비슷하기도 해서 그 신문기사를 유심히 읽었었는데
해결방법은,
뭐 있겠는가,
사추기임을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다독이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는 수밖에...
그 동료에게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실수를 했을 때에도 괜한 마음의 상처 만들지 말고 얼른 툭툭 털어버리라고 했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우리 나이가 그런 마음이 들 시기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 동료는 나의 이 어른스러운 조언에 무척 힘은 얻은 듯했다.
같은 마음의 동요를 겪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뿐이었는데...
'이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지난 날의 일로 말할 날이 오겠지.
오늘의 마음의 동요는, 저녁 산책을 나가자는 아이의 제안덕분에 시원한 바람에 날리고 왔다.
아이가 2년간 공부한 방과후학교 반이 있는데,
고학년 반이 없어 수업을 같이 하지는 못하고
그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가 강사선생님을 찾아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오곤 했다.
그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교육청 영재원에서의 수업 이야기도 물어봐 주시고
아이 몫으로 과학실험 재료들을 따로 챙겨와서 주시곤 했다.
몇 번을 아이가 재료를 받아오자 엄마 입장에서 그냥 있기가 죄송스러워서
아이 편에 선생님 드실 간식을 조금 보내려고 사러 나간 길이기도 했다.
오늘따라 바람이 참 시원하게 불었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따뜻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길.
마음의 복잡함을 눌러놓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마음이 출렁거리고 머릿속이 복잡할지라도
거기에 휩쓸리지 말고
앞만 보고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는 것,
하루하루 그렇게 살려고 한다.
오늘도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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