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라서 구미가 당겼으나 보지 않았다. 일에 치어 드라마를 볼 정도로 마음이 말랑말랑하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 그러다가 그 드라마가 마지막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줄거리를 대강 파악하려고 중간중간의 동영상을 몇 개 보았다. 안 보던 드라마도 그렇게 대강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마지막회는 보는 게 몇 년 전부터의 나의 버릇이다. 그렇게 마지막회를 보고 내용이 궁금해지면 처음부터 드라마 전체를 다 몰아서 보는 것이다. 요즘은 그게 가능하니까...
동영상들을 보던 중 내 시선이 멎은 곳은 9회였다. 9회 중에서도 저 장면... 완이 유리 화병을 던지고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는 탁자를 주먹으로 연신 내리치며 소리치는 저 장면...
잘못했다 그래, 나한테...!!!
왜 그랬어, 나한테...!!!
30년을 묻어둔 비밀을 터뜨리면서 울부짖는 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의 상처를 건드린 말이었다. 마치 아이마냥 울면서 그 장면을 계속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잘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상처가 나을까, 그 기억이 없어질까, 그 일이 없던 일이 될까, 뭐가 달라지는데...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그래서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고 일부러 기억하지도 않으려 하며 살았는데, 그 장면을 보고는 다시 기억의 표면으로 떠올라서 요 며칠 좀 우울하다. 누가 툭 치면 바로 쏟아질 듯 눈가에는 늘 눈물이 찰랑찰랑... 하필 때는 장마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늘 이렇게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 보고나면 마음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녀의 이런 잔인함 때문에 위로 받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그랬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디어 마이 프렌즈> 드라마 전체가 보고 싶어졌다. 박완이 주인공이 아니라 노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는 것, 안다. 하지만 나는 박완의 마음이 궁금해서 찾아서 봐야 겠다. 이제 볼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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