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저 빗소리...
그 걸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평생 그 소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종묘에서 들었던, 그 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그랬고,
전주 한옥마을 술박물관에서 들었던 처마 끝 빗소리도 그랬다.
발을 뗄 수 없어 주저앉아 한참을 듣게 만들었고,
묘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직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고,
그럴 때면 그립다, 그 빗소리...
아마도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마음이 지칠 때마다 생각이 나나 보다.
이 드라마에서 저 장면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내 머릿속에서 저 장면은 일시정지 상태로 남았다.
드라마 중 서도우네 집.
비쥬얼 훌륭한 배우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저 집이 나올 때마다 배우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저 집만 마음에 들어온다.
붉은 벽돌벽, 높은 지붕, 다락방, 숲 속, 외딴 집, 오래된 집...
내가 좋아할 '집'에 대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으니
어찌 마음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눈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 집.
건축을 좋아하는 나답게...
그밖에...
눈에 들어온 건 아니고 귀에 들어와 마음에 남은 대사 하나.
"비행 간 낯선 도시에서 3,40분 정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스르르 사라지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힘내게 되는 3,40분 같아요, 도우씨 보고 있으면..."
정말 최대의 찬사다.
저 긴 대사 중에서 내 귀에 쏙 들어온 건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였다.
그렇게 무심하게 살아야 할 텐데...
내 성격에 저지르기 어려운 무심함이라 귀에 들어온 것 같다.
저 대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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