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구동매

---"아파..."

: 애신을 만나고 돌아온 구동매가 등을 때린 호타루에게 한 말이었는데, 내게는 저 말이 "마음이 아파."로 들렸다. 그리고 바로 칼 손잡이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한 방울... 그건 구동매의 눈물 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이미 알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애신을 향한 직진밖에 할 수 없는 구동매의 눈물...

---"꼭 새치기 당한 기분이라...  단 한 번 가져본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 그 자리에도 없는 애신을 놓고 김희성과 유진초이가 신경전 벌이는 것을 보던 구동매가 한 말. 그러니까 가져보고는 싶단 말이지? 구동매는 늘 진심을 말하는데 중의적이라 들키지 않는 것 같다. 근데 혼잣말 같은 그의 중의적인 말들이 늘 슬프다.

---"사탕, 그딴 걸 왜 먹어? 너무 달아서 쓰던데..."

: 고애신이 먹으며 까르르 웃었던 사탕. 그 장면을 본 구동매도 사 먹었던 바로 그 사탕. 그건 고애신을 향한 구동매의 사랑 같다. 너무 달아서 쓰다는 말은 너무 사랑해서 아프다는 뜻으로 들렸다. 애신을 향한 구동매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사였다.

---"오지 말라니까 와 놓고 이제 그것까지 아신 것이냐...?"

: 사랑의 문제에선 늘 더 많이 사랑한 쪽이 패자다. 상대의 아픔까지 껴안게 되는 법이다. 구동매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졌다. 다 들켰고, 그 끝도 이미 다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애신을 향한 구동매의 대사는 늘 아프다.

 

 

 

*김희성

---김희성의 능글능글하면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저 모습. 여성에게는 완전 잘 먹히고, (애신은 제외) 구동매나 유진초이에게도 통하는 것 같다. 진지한 표정인 그 둘 사이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김희성 자체가 그 무거운 상황을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이게 하는 당의정 같다. 캐릭터에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정말 변요한의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도련님 모드에서는 저 웃음이 싹 사라지는데 그 또한 애신의 아슬아슬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아 몰입해서 보게 만든다.

 

 

*유진초이

---"내가 하늘인지 검은 샌지 모르겠어서..."

: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고대감이 검은 새를 언급하면서 "어찌 컸을꼬?"한 걸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고대감은 어린 유진을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유진은 어릴 때에 뛰어난 글을 쓰는 영특한 아이였나 보다. 고대감과 유진초이의 숨은 인연이 기대되었던 대사...

---"그날 당신도 거기 있었소, 당신 어머니 태중에. 그날 당신 조부가 그랬지, '부모의 죄가 곧 자식의 죄다', 9살 짜리한테. 부모의 죄가 자식의 죄면 태중에 있었다고 해서 뭐가 다르겠소? 그러니까 당신 부모와 나 사이에 서지 마, 없는 죄도 만들고 싶어지니까. 누구나 제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플 수 있어. 근데 심장이 뜯겨 나가 본 사람 앞에서 아프단 소리는 말아야지. 그건 부끄러움의 문제거든."

: 유진초이의 말은 늘 짧고 분명해서 시원하다. 너무 빠르게 웅얼거려서 못 알아듣는 대사가 많다는 게 문제지... 좀 한 번에 알아듣게 말하면 좋겠다...ㅠㅠ

---"마음에 들였지. 이렇게 들키네."

: 결국 마음에 들였구나. 이렇게 유진초이는 애신으로 말미암아 조선을 조국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리나 보다. 고종을 만나온 후 다시 정문을 찾아가 하는 말에서 유진초이는 조선에 대한 사랑도 우리에게 들켰다. 그 끝이 새드엔딩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왜 이렇게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학당에서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시오."

: 유진초이의 대사들 중에서 나는 이렇게 흘려버리는 혼잣말처럼 다오는 대사가 특히 귀에 확 꽂힌다. 들을 때마다 혼자 큭~ 웃게 된다는... 그는 이렇게 힘을 빼고 연기할 때 더 빛난다.

 

 

*카일

---"미국은 이 작고 조용한 나라의 운명에 더이상 개입해서는 안 돼."

---"더 이상 위험해지지 마. 내 시의 마지막 문장이 '정말 소풍같은 파병이었다.'로 끝날 수 있도록."

: 낭만적이면서 정의로운 카일은 정말 유진과 조선을 좋아하나 보다. 결국 임관수와 함께 유진의 일을 돕는 걸 보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 안에서는 그도 한 명의 의병이다.

 

 

 

*임관수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나으리."

: 난 임관수가 이 말을 하면 벌써 입가가 올라간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절대 어리숙하지 않아 저 말 뒤에는 늘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말을 한다는 걸 아니까...

---"조선인이니까요. 그러니 저만 믿으십시오."

: 이 대사를 할 때의 임관수가 얼마나 멋지고 든든했는지... 전당포 주인 일식과 함께 어리숙한 듯 능청스런 매력이 넘치는, 이 드라마의 필수 캐릭터... 그도 역시 일식과 함께 또 한 명의 의병...

 

 

 

*고애신

--- 오늘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고애신이 제물포에서 지붕 위를 질주하던 저 장면. 그리고 나중에 약방에서 유진초이를 만났을 때 순정만화 속 여주인공의 눈처럼 반짝였던 그녀의 그 눈빛... 내겐 낯선 얼굴이라 김태리가 누군가 좀 검색을 해 봤더니 '아가씨'라는 영화에서 시선을 끄는 배역을 잘 해낸 배우였다. 역시 내공이 있는 이였다.

---"난 해도 자넨 못 할 듯 싶은데..."

: 이전 회에서 유진초이에게 고백 세 번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 이후 두 번째로 그녀의 진가를 보여 준 장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장 속의 새 같은 대가댁 영애에 불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다. 자신을 향한 구동매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은 구동매를 보고 눈물이 그득했나 보다, 그녀의 눈에... 그녀는 아마 앞으로도 구동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구동매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구동매가 안스러웠던 장면.

---"오늘은 걷던 쪽으로 한 걸음 더..."

---"H는 내 이미 다 배웠소."

: 그리고 유진초이의 품으로 달려들 듯이 이어진 애신의 허그...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이 다시 한 번 실력발휘를 한 장면. 그녀는 자신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팔에 총을 쏜 유진초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미워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자신을 다른 조선인 남자들처럼 '대가댁 영애'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사소한 말대답에서조차 조금도 봐주지 않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녀의 안전을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사람임을 아니까... 그녀에게 그런 그와의 '러브'는 미지의 세계, 그래서 신비로운 세계, 더 끌리는 세계일 것이다. 그녀가 불꽃처럼 타오르되 스스로 재가 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쿠도 히나

--- 그녀의 아비는 딱 '꺼삐딴 리' 같다. 지금은 친일의 선봉에 서 있지만 조선에서 일본의 세력이 약해졌다고 느끼면 바로 강한 세력에 빌붙을 이. 가족도 그에게는 그저 도구일 뿐이니 쿠도 히나가 그를 미워하는 이유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 없이 그저 일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것 같던 그녀였는데, 고종의 친서를 은밀히 유진초이에게 전한 걸 보니 그녀도 또 한 명의 의병이 아닐까 싶다. 유진초이를 향한 그녀의 마음, 애신에 대한 질투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함안댁과 행랑아범

--- 늘 무심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애기씨 일에서만큼은 낫을 품고 가 죽여버리겠다고까지 말하는 행랑아범, 늘 애기씨 일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라 그저 마음 약한 노복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병활동으로 상처 입은 애기씨가 비밀리에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대담한 함안댁 모두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이 품은 나라를 위한 마음이 총 든 의병보다 부족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이렇게 회를 더해가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정체가 매우 흥미롭다. 가만 보면 등장 인물 중 의병 아닌 이가 없다, 친일하는 무리 빼고...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시선이 간다는 점이다. 작은 인물에게까지도 작가의 노력과 다정한 손길이 미친다는 게 인물의 성격을 통해 드러난다. 기다려지는 9회...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