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어린이날이다. 어린이 있는 가정들은 다들 놀러 갔는지 동네가 조용했다. 물론 그래서 좋았다는 뜻...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부터 우리 집에서 어린이날은 그저 휴일일 뿐이지만, 난 어린이날이면 혼자 속으로 아이의 어린 시절을 조용히 꺼내어 본다. 후회한다고 해도 소용 없고 그 당시에는 분명 최선을 다한다고 한 것이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미안한 것투성이다. '제발'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바라기는, 그 미안한 일들이 아이에게 상처로 남지 않는 것. 이상하게도 올해는 자꾸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앞을 봐야 할 텐데...

이번 주 들어 기온이 많이 올라 한낮엔 이미 여름 느낌이다. 이제는 냉면을 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오이부추김치를 거의 다 먹어 김칫물만 남을 조짐이 보여 얼른 면을 주문했다. 오이부추김치의 김칫물에 약간의 양념을 더해 냉면을 말아서 먹으면 매운 맛 없이 정말 시원하다. 매운 것 못 먹는 아이가 좋아할 맛. 등교 개학 일정 발표를 보고 나니, 아이가 집에 있을 때 더 잘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큰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등교 이후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할 것이 뻔하게 보여서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도울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일단은 잘 먹이자.

이 동네의 밤공기는 서늘하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그 서늘함이 좋아 어제부터 밤이면 창을 조금 열어놓는다. 가을밤과도 비슷한 공기인데, 가을밤이 서글픈 느낌이라면 요즘의 밤공기는 그렇지 않아서 더 좋은지도... 그저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 손을 잡고 천천히 밤골목을 같이 산책하고픈 느낌... 그래서 이 밤에 뭘 자꾸 사부작사부작 하고 싶은가 보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