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내가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기업의 사보 인터뷰를 읽고서였다. 평소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명리학과 관련된 콘텐츠를 눈여겨 읽곤 했는데, 저자의 인터뷰 내용은 내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명리학 연구가들이 말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분명 명리학적인 내용을 말하는데 그걸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설명해서 읽는 이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조용한 힘이 있었다.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찾아보니 '예스인터뷰'에 올라온 저자의 인터뷰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그런 팔자라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건 제가 창안한 건 아닌데, 첫째, 적선(積善)을 많이 해야 해요. 그래야 자기 마음이 밝아집니다. 둘째, 독서를 해야 합니다. 기질을 변화시키는 길은 학문하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셋째, 명상을 해야 합니다. 하루 시간의 10분의 1은 자기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바쳐야 해요. 십일조죠. 넷째, 선생을 만나야 합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 인생의 기로에서 중요한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다섯째, 명당을 찾는 길입니다. 묏자리나 주택. 그런데 요즘은 풍수의 시대가 갔죠. 여섯 째, 사주팔자 공부를 해야 해요. ‘오버’하지 말아야 하는 거죠. 자기 분수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사주와 팔자만 따지는 게 아니라 현대인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부, 독서, 기도, 멘토링 등의 방법을 이야기하니 누가 이걸 사주명리학 연구가의 말이라 하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저자가 하는 말에 좀 더 신뢰를 갖게 되었고, 저자의 신간이 나오면 찾아 읽게 되었다.

 

 

저자는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강호동양학자, 사주명리학 연구가로 알려져 있다. 미신으로만 여겨지는 사주명리학을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편이면서 철학과 인문학으로 대접받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인의 ‘마음의 행로行路’, 즉 먼 과거에서 시작해 미래로 이어지는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여행을 통해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치를 궁구하고, 마침내 무한한 대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조용헌의 사찰기행》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방외지사》 《조용헌의 고수기행》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조용헌의 휴휴명당》 《동양학을 읽는 아침》 등이 있다. 현재 〈조선일보〉 칼럼 ‘조용헌 살롱’을 2004년부터 14년 넘게 연재중이이기도 하다.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간결해서 오히려 임팩트 읽게 읽힌다.

이번의 신간 <조용헌의 영지순례>는 전국의 이름난 영지에 대한 내용이다. 전국에서 실력을 인정 받는 사주명리학 연구가나 도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영지가 어딘지, 그곳이 왜 영지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내용이 재미 없거나 지루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설명도 이전의 저서에서와 같이 친절히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사진이 화보급이다. 종이의 질도 다른 책에 비해 좋고 두꺼워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이렇게 큰 사이즈의 책에 두 페이지에 걸친 전경 사진이 많아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이렇게 사진을 통해서 영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진들을 보니 대부분의 영지는 경관이 좋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곳이었는데,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절경으로 유명한 곳을 이렇게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반쯤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만 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소석 구지회님의 그림과 짧은 글이 실려 있는데 각각이 작품이라 이 부분을 보는 재미도 컸다.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사주명리학적인 내용과 함께 장대한 스케일의 사진과 예술작품과 다를 바 없는 그림까지 실려 있으니 추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영지를 언제 가 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바위산을 보면 올라가 앉아있고 싶어질 것 같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강물의 흐름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그저 조용히 강물을 내려다 보게 될 것 같다. 길을 걸을 때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지 내 몸의 반응에 좀 더 예민하게 주목할 것도 같다.

자연의 이치가 궁금하다면, 복잡한 현대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날리고 싶다면, 그래서 평온한 마음과 몸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그저 사진과 그림만 훌훌 넘겨 보아도 얻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