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백화점, 할인점 앞에서 오픈을 기다리는 일을 해 봤지만

은행 문 앞에서 문 열리기를 기다리는 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지난 주 토요일,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지며 인터넷이 들끓었다.

이미 6개월 전의 일이라는데 이제 와서 뭘 어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황망하기도 했으나

마침 모카드사에서 온 사용금액 고지 메일이 안 열리자 안 되겠다 싶었다.

다행히 그 3개사 중 내가 사용하는 곳은 한 군데뿐.

비밀번호 빼고는 다 유출된 상태라 그냥 두기가 찜찜하기도 해서

이번 기회에 모두 재발급 받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월요일 아침에 아이 영어마을 셔틀버스 타는 것 배웅하고 나서 바로 은행으로 가면

딱 문 열리는 시간이니 맞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생각한 대로 아이가 셔틀버스 타고 출발하는 것을 보고나서 바로 은행으로 갔다.

밤새 눈이 제법 와서 골목길에는 눈이 소복했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닌 곳은 벌써 빙판이 된 곳도 있었다.

이런 날씨에 은행에 사람이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가 보니 아직 9시 전인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몇 있었다.

게다가 9시가 가까워지면서 점점 많아지기까지...

은행이 정확하게 9시에야 문을 열자 기다리던 한 아저씨,

이런 큰 사고를 내 놓고도 빨리 문 열지 않으면 직장 다니는 사람은 어떡하라는 거냐며 어찌나 크게 뭐라 하는지...

게다가 들어가서도 직원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니 참으로 불쾌했다.

상황을 모르는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아무 잘못 없는 창구 직원에게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로 카드 재발급 업무가 폭주할 테니 직원들도 피해자인 셈인데

정말로 화를 내고 싶다면 관리 책임이 있는 사장과 임원진에게 내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가지고 있던 카드를 다 재발급 받는 일에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창구 직원에게 "오늘 업무가 많으시겠어요~"라는 위로가 저절로 나왔다.

나처럼 카드 재발급 받으러 오는 고객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게다가 아까 그 아저씨처럼 화 내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힘들겠구나 싶었다.

 

3개 카드사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려고 했다던 그 직원,

그렇게 돈 벌어서 다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자식 학비가 없다거나 중병 걸린 부모형제가 있다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는 생각에 더 불쾌한 것 같다.

그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간 건지

그 실체를 그 사람이 똑똑히 보고 깨달으면 좋겠다.

도대체 돈이 뭔지,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니,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사회의 모습, 교육 환경,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힌 등만 보인 채 둥글게 웅크리고 사는데도

시간이 갈수록 더 이곳이 싫어진다.

생각은 길게 하지만 결심하고 움직이면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나,

언제까지 참고 살지 모르겠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