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는 또 하나의 언덕을 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아이 뒤를 따라다니는 것과 아이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부족한 저대신 하나님께서 직접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긴장하지 않게 어깨를 감싸주고,
떨지 말라고 가슴을 토닥여주셨겠지요.
그리 믿지만,
평가의 냉정한 자리에 아이를 보내놓은 마음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잠깐 들여다 본 대기실에 앉아있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제 눈에는
골리앗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다들 덩치도 크고 얼굴도 우락부락하게 생겼는지...
그 속에 들어서는 제 아이만 너무나도 아가같아 보여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힘 내라...
하는 마음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화이팅~ 시늉을 해주고는 돌아섰습니다.
용감한 척 몸은 돌아서서 나왔으나 마음까지 가지고 오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자기 순서에 이르러 면접을 마치고는
다른 아이들과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느라 나온 아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저렸습니다.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지친 탓인지,
강도 높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느라 긴장한 탓인지
아이의 얼굴이 표정 없이 핼쓱했습니다.
점심도 못 먹고 다음 시험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게 안스러워 황급히 나가 초콜렛을 사왔기에
이동하면서 이거라도 몇 개 먹으라고 주려고 했더니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그걸 보니 눈물이...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눈에 여실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그 모습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무조건 감사함으로 받자고...
결과가 어떻든 아이가 최선을 다 해서 얻은 것이니까...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드디어 아이가 제 곁으로 왔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힘들었지? 고생했다.'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최선을 다 한 걸 아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무조건 얼른 쉬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아이가 원한 맛난 점심을 사 먹이고는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역시 아이는 바로 잠들었습니다.
고단했을 겁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한 저도 지치더라구요.
하지만 이 길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가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도구로 쓰임 받게 이끌어주시고,
하나님의 계획에 합당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최선을 다 한 아이의 마음을 격려하고 위로해 주시고,
새 힘을 불어넣어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 저희와 함께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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