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제목 그대로 '이렇게 바쁜 방학이라니...'라는 중얼거림이 저절로 나오는 1주일이었다. 내게 방학은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해결하는 기간.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한 달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인 이유는 그 1주일 중 정점을 찍은 게 어제였기 때문인가 보다...ㅠㅠ

방학 직전에 아이의 봉사활동을 방학 중에 몰아서 하도록 예약을 해두었는데, 그 첫째 날이 이번 주 화요일에 있었다. 화요일은 아이가 바쁜 날이었을 게다. 오전에는 방과후학교 수업 때문에 학교에 갔다가 집에서 점심 먹고 바로 봉사활동 하러 가야 했으니까... 아이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나는 근처에서 기다렸는데, 책 몇 권을 읽었다는... 그나마 안경을 안 가지고 가서 대충 읽어서 그 정도... 중간에 잠깐 낮잠도 잤다는...흠... 편안한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핑계대고 싶다. 다음엔 안경도 가져가고 책도 더 두꺼운 것으로 여러 권 가져갈 생각이다.

수요일부터는 미루어 두었던 원격연수를 듣기 시작했는데, 유익한 내용이긴 하나 양에 치어 허덕이고 있다, 7월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거라... 어떻게든 오늘 마무리할 욕심이다 보니 급한 마음에 더 초조하게 느껴지나 보다. 노동요 삼아 '검블유'와 '호텔 델루나'를 틀어놓고 있는데 케이블 여기저기서 하는 걸 계속 이어서 틀어놓다 보니 대사를 외울 지경이다. 재밌는 건 연수 내용보다 드라마 대사가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특히 '호텔 델루나'는 '주군의 태양',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와 묘하게 오버랩된다는 점 때문에 귀에 잘 들어오는데, 역시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겐 평가절하 당하고 있다. 장면이나 기술이나 조금이라도 바꿔보지, 너무 성의가 없다 싶다.

목요일에는 아이 치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 이 역시 학기 중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방학 중으로 미뤄두고 있던 일이었다. 큰 종합병원이지만 진료 과목 특성상 예약이 안 되고 현장 접수만 가능하다고 해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점심만 먹이고는 바로 데리고 갔는데, 하필 X-ray 수리하는 시간에 딱 걸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X-ray 찍고 바로 의사 만나 치료 상담만 하고 돌아오면 되는 일정이었는데...ㅠㅠ 상담 결과, 아이는 이미 예상했다고 했지만, 나는 멘탈이 붕괴됐다. 이 두 개 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간격을 두고 따로 해야 한다고 해서 장장 3주간에 걸치는 예약을 잡았는데, 그게 10월 후반기부터다. 예약이 차서 그때부터 가능하다고... 아이의 학교 스케쥴과 내 학교 스케쥴을 모두 감안해서 예약을 하려니 정말 머릿속이 하얘져서 내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며 얼마나 허둥거렸는지 모른다. 게다가 내 한 손에는 사인해야 하는 수술동의서까지 들려 있었으니... 한번도 수술동의서에 사인해 본 적 없는 데다가, 그것도 아이의 수술에 동의한다는 것이라니, 내용을 아무리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집에 들고 왔다. 아직도 읽지 않았다. 못 읽겠어서...ㅠㅠ 이 또한 닥치면 하겠지...

어제가 이번 주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나 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컸는지 밤에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다. 결국 자정 무렵 잠들었는데, 시끄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빗소리 때문에 새벽에 일어났다. 안 그래도 폭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어제 집에 돌아오면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 놓았는데 다행인 건지... 그 비를 뚫고 아이는 여느 날처럼 방과후수업에 갔고, 오후엔 다시 실험을 하러 학교에 갔다. 아이에게도 참으로 바쁜 방학이다.

비가 쏟아지는 금요일, 나는 연수를 들으면서 아이의 2학기 일정 하나를 확정하느라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바빴고 그 스트레스를 롯데마트의 감차집 한 통으로 풀고 있다. ("어우, 짜~" 하면서도 결국 한 통 다 먹게 만드는 매력이라니...) 마음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책을 쌓아놓고 읽고 싶고,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남산에 오르고도 싶고만... 모든 걸 다 미루고 오늘은 일단 연수를 끝내련다. 내일은 아이의 방과후학교 수업도 없고 아무런 계획이 없는 토요일이니까... 언제쯤 원하는 모든 것을 그때 그때 하는 만족스런 하루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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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