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두통이 길어지고 있다. 몸의 연약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울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뿐이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결할까?' 정도...

엊그제 하루종일 4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아 저녁에 결국 사혈도 했다, 계속 약만 먹는 게 좋은 해결방법인 것 같지는 않아서... 엊그제는 뭘 먹지도 못할 정도로 두통이 심해서 커피도 거의 못 마셨는데, 어제는 아침부터 일어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약간의 카페인이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서 두통이 심할 때면 커피도 약처럼 동원할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이 좀 덜해지는 것 같아서 저녁에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다. 반납해야 할 책이 6권이나 있었고, 땀 흘리며 다녀오고 나면 두통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집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밖에 나가보니 해가 지고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덥고 습했다. 계속 오르막길인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나자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몇 가지 전조증상이 나타났고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빨리 집으로 돌아가 누워야 할 것 같았다. 두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나온 김에 최애 간식 꽈배기와 핫도그는 사 가지고 가고 싶어서 조금 돌아서 집에 왔다. 체력을 이기는 식탐이라니... 집에 와서는 사 온 간식 먹고는 TV 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어차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뭘 할 생각이 없었다. 이럴 때 TV는 좋은 벗이다.

쉰 덕분인지 오늘 두통도 조금 덜하고 몸이 가벼워져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프다고 이 귀한 시간을 계속 흘려보낼 수는 없다. 소중한 내 일상을 살아야지. 커피 몇 잔에 힘 입어 미뤘던 빨래도 하고 TV에서 영화 '원더'도 보고 인터넷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그러다 우연히 독일에 사는 두 사람의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둘 다 성인이 되어 독일에 가서 살면서 느낀 점을 적었는데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다른 글들을 이어서 읽게 되었다. 독일에 거주 목적으로 가려면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게 기본이라는 점, 독일 사람들은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점, 독일 부모들도 자녀가 직업학교에 가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원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수준과 질을 따지고 치맛바람이 존재한다는 점 등등 현실적인 독일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자 최근 들어 더욱 뼈저리게 느낀 한국에서의 팍팍한 삶에 조금 위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두 가지였다. 첫째, 독일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운 이후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공부하고는 손을 놓았었는데, 다행히 아직 읽을 줄은 아니 다시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둘째, 나는 정말 독일 사람 같은 성향을 가졌구나... 역사에 조예가 깊은 아이가 늘 말하길, 나는 독일인 같다고, 독일 가면 정말 잘 어울릴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독일에 꼭 여행가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일어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는 건가...?

이상, 몸의 연약함에 잠식되지 않고 꿋꿋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나의 정신에 화이팅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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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