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예배 드리고 장 봐서 돌아오는 길. 버스를 타고 오는데, 앞유리로 보이는 시야가 이상했다. 분명 화창한 날인데, 다음 정류장쯤인 저만치 앞이 뿌옇게 되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저게 왜 저러냐며 말하는 사이에 버스는 다음 정류장 가까이에 이르렀고, 순식간에 버스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의 감옥에 들어서 버렸다. 뿌옇게 보이던 것의 실체는 엄청난 세기로 오는 비였던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이렇게 날씨가 다를 수가 있다니 신기했다. 허나 스콜처럼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곧 내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난감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좀 걸어야 했기에... 비 맞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샤워보다 더 세찬 저 물 속으로는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일단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려 최대한 집 가까이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탄 후 비가 좀 덜 내릴 때까지 정류장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10분을 기다려도 비는 계속 많이 오다 적게 오다 할 뿐 그치지 않았다, 하늘은 먹구름이 물러가고 있는데도... 결국 비가 좀 덜 올 때 버스 정류장 지붕을 벗어나 뛰었다. 그러면서 좋았다. 비를 맞는 게 얼마만인지... 이런 날의 징크스는, 이렇게 비 쫄딱 맞고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나면 바로 비가 멎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목표지점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젖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마치 나만 샤워하고 물기 닦지 않고 나온 것처럼 나만 젖어있게 된다는 것... 오늘은 그 징크스에서는 예외적인 날이다. 집에 도착하고나서도 비는 한참 동안 더 왔으니까...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도 좋고, 내리꽂히는 빗소리도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비 덕분에 기온이 떨어져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해가 지니 창 밖 우거진 덤불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아... 벌써...

문제는 비를 맞은 탓인지 지금 좀 으슬으슬하고 몸이 무겁다는 것... 집에 들어오자마자 뒷처리 잘 했는데...ㅠㅠ 모처럼 비 맞아 기분 좋았는데, 이 좋은 기억을 잘 간직할 수 있게 하루를 잘 마무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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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