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월요일이 시작되자 개학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훅 밀려왔다. 아울러 방학 동안 하겠다고 야심차게 들고 온 일거리들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훅~... 방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쯤이야...'하는 마음이었으나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는 눈덩이처럼 커 보이는 걸 보니, 역시 '일'은 하기 싫은 법이다. 더 미뤄두었다가는 더 하기 싫어지고, 결국 풀어헤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다시 일터로 들고 가게 될 것 같아서 오늘 꺼내 펼쳤다. 웬일인지 오늘은 어제보다 일하기 싫은 마음이 덜해서... 개학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슬슬 마음도 준비시키나 보다. 그 덕분에 들고 온 일 중 상당량을 해결했다, 오늘 하루 바짝 집중했더니... 잊고 있던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나는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놀 때는 아예 펑펑 놀고, 일단 일을 손에 잡으면 그 와중에 미루어두었던 집안일도 해가며 결국 일도 다 하고 만다는 것. 이러니 일이 끊임없이 몰려드나?

 사실 개학을 의식한 것은 주일에 미용실에 다녀오고부터다. 여름 내내 자르지 않아 묶일 정도의 단발머리가 되어버린 곱슬머리가 어찌나 제각각의 방향으로 뻗치는지 이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자를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간 것이었다. 지금 자르면 일주일쯤 후에는 딱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되기도 해서... 전에 커트하러 들렀을 때에는 조금 기르면 더 보기 좋을 거라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이 더운 여름에 왜 이렇게 치렁치렁하게 길렀냐고 말하는 미용사.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시 남의 말은 귀담아 듣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테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짧게 머리를 자르니 정말로 머리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래,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개학을 맞이하고 싶다. 시간에 떠밀려 마지못해 맞이하는 것말고...

 개학을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수면시간부터 되돌려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닥치면 해결되겠지.'가 최선이다. 3시-9시가 자연스런 수면시간인 사람이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일은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저 현실로 맞이하면 어찌어찌 해결되더라는 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얻은 답이다. 이런 식으로 개학 이후의 생활을 하나하나 머리로 예상해보고 있으나 대부분 닥친 후에 해결하자는 결론으로 끝낸다. 성경 말씀대로 오늘의 걱정은 오늘로 족하고,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이까... 금쪽 같은 시간을 사서 걱정하는 데 쓰지 말자는 것인데, 이 부분은 아직 연습 중이다, 성격상 한 번에 툭 털고 돌아서는 게 잘 안 되어서... 오늘은 알람을 개학 이후의 일상에 맞추는 걸로 일단 끝. 남은 일들은 내일 생각하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은 밋밋한 오늘의 행복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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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