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다이알비누는 추억이다.
얼마 전에 이마트에서 다이알비누 묶음을 저렴하게 파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덥썩 사 온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 욕실용품 넣어두는 장을 열었더니, 한 눈에 딱 들어오는 다이알비누 묶음 하나. 그렇다. 며칠 전에도 난 똑같이 반가운 마음에 같은 비누를 사 오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덕분에 졸지에 비누 부자가 되어버렸는데...
이미 쓰고 있는 비누를 다 쓰고 다이알비누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기회가 금방 오지 않았다. 욕실용품 장이 끊임없이 비누를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비합리적인 의심이 들기까지... 그러다가 오늘 새 비누를 꺼내야 할 때가 되어 장을 열었더니 올레~ 드디어 쓰던 비누가 다 떨어졌다. 다이알비누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신나게 다이알비누 하나를 가져와 비누 트레이에 놓았다. 아... 이 냄새... 내게 '비누 냄새'라고 하면 다이알비누의 냄새가 딱 떠오른다. 억지로 향기를 입힌 게 아닌, 정말 딱 비누로서의 냄새만 나는 이 정직함이 마음에 들어 다이알 비누를 좋아한다. 향기가 덧입혀진 비누의 냄새는 내게 '비누 냄새'가 아니니까... 이제 막 뜯어서 그런지 욕실에서 풍겨나오는 다이알비누 냄새가 여기 방 안에서도 난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지? 깊고도 진한 그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마 내가 다이알비누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비누를 많이 사 놓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비누를 쓰는 동안은 마음도 내내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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